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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솔이 Nov 13. 2018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 안톤 슈낙,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반해.

오후 5시 금빛 해와 맞닿은 연둣잎, 초봄의 싱그러움을 지나 녹음으로 짙어진 잎을 흔드는 바람.  

아미 같던 달이 하루하루 차올라 둥그러지는 것을 보면 내 마음도 함께 부풀어 오르고.  

무엇이든 자라게 하는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이 지나고 가을, 아- 가을의 서느런 이마!

‘먼 데서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같은 눈이 내려 세상을 고요히 품는 겨울.  


첫소리를 내기 위해 무대의 숨을 흡입하는 피아니스트, 그의 손끝. 후- 내뱉어질 그의 숨소리와 피아노 소리. 수백 년 동안 수만 번 연주되었을 곡, 그럼에도 들을 때마다 반복되는 감탄. 무대 위 음악가의 연주는 우리를 기쁘게 한다. (대부분의 음악가는 청중을 기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음악을 사용하기 때문에.)  


세상에 혼자 던져진 것 같던 때. 시 한 구절에 들어있던 위로, 앨범 속 노래 한 곡이 평생 자산이 되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될 때. 그것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과 설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알아가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때.

자유로움, 세상에서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자유일지라도 자유는 우리를 기쁘게 한다.  


연인과 함께 걷던 거리, 함께하는 순간 적절히 오가는 단어들.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순간, 나는 좋지만 상대는 멋쩍을 수도 있는 순간, 혼자된 순간조차도. 고독한 순간이 지나면 소중해질 고독. 망각은 얼마나 위대한 신의 선물인가.


하지만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이 어디 이뿐이랴.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치는 손들이 모일 때, 해질녘의 공원을 함께 걸으며 마음을 나눌 때, 가득 찬 슬픔 속에서도 울컥 감사함이 느껴질 때.

이 모든 것 또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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