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강, 사막

사막 - 이성복

by 소리솔이
<그 여름의 끝 중 - 사막>

사막 - 이성복

세상은 온통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찼습니다 나는 자꾸 슬퍼졌습니다 당신은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아니면 어찌 세상이 슬퍼졌겠습니까 큰길로 나아가 소리 높여 통곡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의 어깨가 털 뽑힌 새처럼 파닥거렸습니다 그는 나를 보고 아들아, 사막으로 가자…… 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막 달아났습니다 달아날수록 사막은 가까웠습니다 다가갈수록 사막은 당신을 닮아갔습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어찌 내가 사막을 보았겠습니까


시를 한편 읽어달라 하자 잠깐만. 하고 이 시를 읽어주었다. ‘세상은 온통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찼습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어찌 내가 사막을 보았겠습니까’.

이내 나도 물기로 가득 찬 마음이 되어 당신이 본 사막을 본다. 슬픔의 만들어낸 사막엔 번개처럼 금이 간 얼굴이, 사랑처럼 슬픈 순이의 얼굴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당신이 아니라면 어찌 내가 사막을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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