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by 비니

평일에도 힘들고 주말에는 더 힘들다. 그렇다고 맨날 인상 쓰고 다니는 건 아니다. 밖에서는 웃으며 사람들과 얘기도 잘하고 목소리도 부드럽게 나온다. 집에만 오면 표정도 굳고 말도 딱딱하게 하게 된다. 조증과 울증이 반복되는 나날이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는 온갖 듣기 좋은 말은 남들한테 다 해주고 온갖 모진 말과 무뚝뚝한 표현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한다는 거다.”

(중드 ‘겨우, 서른’ 3화 중에서)


‘겨우, 서른’이라는 중드에서 엄마와 통화를 끝낸 ’만니’가 침대에 누웠을 때 했던 내레이션대로라면 내 이중적 태도가 어른이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늘 가까이 있는 대상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의 본성 탓일까.


간병을 혼자 떠맡게 되었을 때 이 경험을 글로 남기자 결심했었다. 그런데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직장 일과 간병을 계속하다 보니 지쳐서 의욕도 안 생기고 그냥 쓰러져 자는 날이 반복되었다.


어쩌다 글을 쓰게 되면 원망과 분노가 담긴 내용이다 보니 이렇게 맨날 힘들다는 걸 써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쓰면서 풀지 않으면 너무 답답하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집에 와서 동생 약 챙겨 먹이고 지쳐 잠들었다가 깼더니 잠이 오지 않는다.

요즘 역주행하는 걸 그룹이 한창 화제인데 며칠 전부터는 예전에 인기 있던 남성 그룹이 화제이다. 노래가 그때보다 지금 더 마음에 와 닿아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봤다.


인생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고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어 나가는 거다. 그러다 보면 내 인생에도 역주행의 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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