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구병모/ 민음사)
세 자녀를 낳을 계획이 있는 부부만이 신청할 수 있는 공동 주택이 있다. 이름도 거창한 '꿈미래실험공동주택'. 이 주택에 각기 다른 사연이 있는 네 쌍의 부부가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있기에 공동 육아를 하고 분리수거도 같이 해나가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으로 서서히 갈등이 발생한다. 거기다가 '재강'이 '요진'의 차로 카풀을 하게 되면서 '재강'이 '요진'에게 불순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태도로 접근함으로써 갈등이 증폭된다.
프리랜서라는 이유만으로 육아를 도맡고 있는 '효내'에게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찬성하는 남편이나 운전할 아내의 의사 따윈 무시하고 카풀을 제안하는 '요진'의 남편 '은오'. 왜 남편들은 아내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걸까.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들이 존재하는 한편 나홀로 족이나 1인 가족도 급증하고 있다. 함께 하며 나누고 협력하는 삶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삶이 원만하게 이어지려면 개인의 취향이나 생활의 존중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들어 1인 가족이 늘어난다는 것은 공동체의 삶에서 얻게 되는 피로감이 크고, 개인의 삶을 극대화하며 누리는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자 중에서 나는 어떤 인물에 가까운지 생각해 봤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요진’의 소심함 속에 내가 보인다.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육아의 대부분을 여성이 책임지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고 ,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의무를 강요하는 시댁의 행태와 육아를 도맡아 하느라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지 못해 힘들어 한 '효내'의 모습이 안타깝다.
" 어른 스물네 명까지 합하면 도저히 다 둘러앉을 수는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눈앞의 식탁은 이 주택에서 제일 오래갈 듯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향후 몇 가구가 들고 나든지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것만 같은, 이웃 간의 따뜻한 나눔과 건전한 섭생의 결정체처럼. 여자는 왠지 몰라도 이 식탁을 오랫동안 아침저녁으로 보고 지낼 자신이 있었다."(p.191)
결국 네 부부 중 한 쌍의 부부만 남고 모두 떠나게 되고 다른 입주자들이 이 주택에 찾아 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탁처럼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은 사소한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협력하며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구병모 #네 이웃의 식탁 #공동체와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