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는 왜 그러는 걸까

by 비니

어젯밤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장을 보면서 곰팡이 제거제를 구입했다. 아침밥을 먹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일이 커져서 할 일도 많은데 다른 날 할 걸 후회했다. 그래도 하다 보니 얼룩이 눈에 자꾸 들어와 청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피곤이 몰려왔지만 전보다는 깔끔해진 화장실을 바라보고 있자니 뿌듯했다.


“엄마, 화장실 깨끗해지지 않았어요?”


땀 뻘뻘 흘리며 화장실 벽과 엄마와 동생 변기까지 닦은 딸에게 아무 말도 안 하는 엄마에게 섭섭해서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네. 그런데 바닥은 락스로 해야 깨끗해지지. 그리고 세면대 구석에 얼룩이 보이길래 내가 닦았다.”

엄마 눈에는 깨끗해진 벽보다 얼룩이 남아 있는 바닥이 더 눈에 들어왔나 보다. 바닥 청소까지 했다가는 이번 주말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못하고 몸져누울 것 같아 마무리한 건데. 엄마의 칭찬을 듣고 싶은 어린 나이가 아니긴 하지만 서운한 마음이 들고 속상했다.


얼마 전 남편이 작은 방 벽지를 새로 바르고 바닥에 장판 까는 일을 혼자 하고는 굉장히 뿌듯해하면서 나에게 ‘방 어떠냐’고 자꾸 물었다.


사실 내가 먼저 ‘방 새로 꾸미니까 진짜 좋다, 최고다’라는 말을 안 한 이유가 있다.


두 달 전 시트 벽지를 사서 침실 벽을 혼자 도배했을 때(엉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남편 역시 아무 말도 안 했기 때문이다. 그래 놓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엄청 생색을 냈기 때문이다. 나중엔 며칠씩 고생한 사람에게 내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 폭풍 칭찬을 했지만 아직도 자꾸 방 어떠냐고 물어본다.


다른 사람에게는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는 말을 잘만 하면서 가족에게는 왜 인색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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