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그는 혼자 외출하는 것을 그만두었고, 항상 집안에서 자판을 두드리곤 했지만, 사연을 방송국으로 보내달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녀는 타자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언가가 부서지는 느낌에 사로잡혔고, 마치 벌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91쪽)
손보미, <폭우>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10주년 특별판, 문학동네, 2019)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겨울에 넘어져 고관절을 다쳐 시술을 받고 회복한 후부터 엄마는 집에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신다.
엄마의 지팡이는 일자로 쭉 뻗은 일반적인 모양이 아니라 끝이 세 방향으로 갈라져 있어 안정감 있게 걸을 수 있다. 일명 삼발 지팡이라고 하는데 일자형과 달리 짚을 때마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난다. 소음에 유독 예민한 나는 이 소리가 들릴 때마다 지팡이가 나를 밟고 지나가는 것 같아 몸서리가 쳐진다.
엄마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거나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면 사람이 늙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서글픔, 애잔함 등이 뒤섞여 머릿속을 떠다닌다.
엄마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구가 내 삶을 버겁게 하는 짐처럼 느끼는 스스로가 싫고 밉다. 엄마의 지팡이 소리에 오늘도 나는 나쁜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