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소설
그녀는 설거지를 하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물 한 모금 마실 여유도 없이. 엄마와 동생의 식사를 준비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지친 상태에서 허기를 메우고 설거지를 하고 동생 아침 약을 먹이고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하면 점심 먹을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이렇게 하루 종일 두 사람 돌보고 집안일하느라 주말에 하려고 들고 온 밀린 업무는 언제 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길 잃은 미아처럼 떠돌았다.
‘내 삶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가치가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회의감을 느끼고 있으니 뭐가 잘못된 걸까?’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되어간다. 그녀는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나 싱크대로 느리게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