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타인에게 정당한 요구를 못 할까?

by 비니

“요양 보호사가 전에는 안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 싱크대에서 손을 씻어.”


어제저녁에도 엄마는 요양 보호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았다. 코로나로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하는지라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손부터 씻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요양 보호사가 아침에 우리 집에 와서 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씻는 싱크대에서 손을 씻어서 못마땅하셨던 거다.


“엄마, 그분에게 욕실에서 씻으라고 말씀하지 그랬어요.”

“아니, 그걸 꼭 말해야 아나? 어른이 그것도 몰라? 외출했다 들어오면 욕실에서 손 씻는 게 당연한 건데?”

“그건 엄마 생각이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잖아요.”

엄마는 왜 요양 보호사에게 정당한 요구나 불만 사항을 얘기하는 걸 불편해하실까? 요양 보호사에 대한 불평이 나올 때마다 그분에게 직접 말씀하시라고 해도 “요양 보호사가 다른 집에서 이러이러한 것을 해달라고 시켜서 기분 나빴다고 하는데 어떻게 말하느냐, 그리고 당연한 건데 그걸 꼭 말해야 아느냐”가 엄마의 정해진 단골 멘트이다.


이건 시키는 게 아니라 정당한 요구이고 이런 걸로 기분 나빠한다면 그분이 잘못된 거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별 효과가 없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기분 나빠할 말이라고 생각되면 얘기를 잘 못하는 엄마를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다. 나도 싫은 소리 잘 못 하기는 하지만 엄마는 나보다 한참이나 한 수 위이다.


오늘 퇴근 후에 요양 보호사에게 얘기하셨냐고 여쭤 봤더니 엄마가 당당한 목소리로 그랬노라고 하셨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팔십이 넘으신 엄마가 이제는 엄마 자신도 소중히 여기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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