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엄마와 딸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둘도 없는 친구처럼 죽이 잘 맞는 타입과 대화할 때마다 생각의 방향이 어긋나서 힘들어지는 타입.
서로의 일상이나 고민을 나누며 이해하고 위로받는 사이라면 정말이지 축복받은 모녀 관계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안 맞는 사람을 꼽으라면 그중 한 명이 엄마이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엄마, 요양보호사님에게 밥 해달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금요일 퇴근 후 집에 가서 전기밥솥을 열어 보면 밥이 거의 없곤 했다. 그때마다 엄마로부터 ‘그러냐, 나는 밥솥을 안 들여다봐서 몰랐다. 요양보호사가 밥 있다며 그냥 갔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밥이 없으면 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하겠지만 왠지 밥솥에 밥이 거의 없으면 일주일의 피로가 한까번에 몰려온다.
오늘은 요양 보호사님에게 확실하게 부탁해 달라는 의미로 밥 얘기를 했더니 엄마는 “그런데 저번에 방송에서 보호자 먹을 것까지 요양보호사에게 요구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하신다.
핵심은 요양 보호사는 자기가 돌보는 사람에 관련된 일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잘 알고 있는 사항이라서 무리한 요구를 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러면 밥이 있다는 요양 보호사의 말은 ‘엄마가 드실 밥’이 있다는 말로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집에 오는 요양보호사는 점심 준비해서 엄마랑 같이 먹고 내가 사다 논 간식도 먹는다. 월급 받고 하는 일이긴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식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마보다 더 많이 먹고 심지어 말도 없이 꺼내 먹었다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울 때도 있긴 하다.. 가끔 열무김치며 반찬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우리 집에서 먹는 걸로 인색하게 굴진 않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엄마의 말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 걸까. 방송에서 그렇게 말했으니 우리도 지나친 요구를 하면 안 된다는 건지 아니면 요양 보호사도 엄마의 밥만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밥을 안 하고 가는 것 같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주제에서 벗어난 문제가 튀어나와서 피곤하고 지치게 된다. 정말 엄마와 안 맞아서 대화가 힘든 걸까. 아니면 내가 매사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얼마 전에 사십 대이고 미혼인 직장 동료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길래 어떠냐고 물어봤다. 자기는 엄마와 잘 맞아서 좋은데 언니는 엄마와 너무 달라서 예전부터 독립했다는 얘기를 듣고 맏이는 원래 엄마랑 안 맞는 건지도 모른다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생각을 했다.
나만 노력한다고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나부터 노력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년부터 쌓인 간병과 돌봄의 피로로 인해서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