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원

by 비니

아침부터 몸이 쑤셔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날이 흐려서 그랬나 보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나이가 된 거다.


전날 동생 약 문제로 엄마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이번 달 들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원래도 예민한 성격인 데다가 아픈 동생에 대해서는 유독 더 극도의 예민함을 발휘하는 엄마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한다.


시간이 흐르면 화가 가라앉긴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앙금이 마음 깊숙이 가라앉았다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예전 감정까지 떠올라서 분노 지수가 점점 높이지고 있다.


저녁때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친한 지인과 전화 통화도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텔레비전도 봤다. 동생 밥을 챙기고 약을 먹인 후에 양치까지 마무리. 날마다 반복되는 돌봄 노동은 9시 15분쯤 마무리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은 없다. 엄마의 호출이 있거나 동생이 자지 않으면 안방으로 언제든지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시작 시간을 기다리는데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피로가 몰려오고 눈꺼풀이 막 감긴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내가 보고 싶은 것도 졸려서 못 볼 정도로 저질 체력이 되었구나. 독박 간병을 이 년 이상 하니까 골병이 들었나 보다.


주위에서는 ‘자신부터 챙겨라, 체력이 중요하니까 많이 걸어라’ 이런 조언들을 많이 한다. 나도 잘 안다. 꼭 간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하고 자신을 먼저 챙기는 건 중요하다. 그런데 쉬는 날도 없이 돌봄과 가사 노동을 계속하면 밖에 나갈 기운도 없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요양 보호사가 안 오는 주말이나 휴일은 하루가 48시간처럼 느껴지고 우울하다.


나도 일주일에 하루는 온전히 나만을 위해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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