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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Sep 14. 2022

엄마와 딸, 그 관계의 어려움

<밝은 밤> (최은영, 문학동네, 2021)

  최은영 작가의  장편소설 <밝은 > 읽었다.  소설에는  딸인 ‘(지연)’ 중심으로 증조모(섬천),  조모(영옥), 엄마(미선) 그리고 ‘ 이야기가 펼쳐진다.

  증조모는 일본군에게 끌려갈 뻔한 자신을 구해 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조모는 ‘노처녀가 되고 싶지 않아서, 남들 보기에 정상적으로 살고 싶어서’(p.218) 결혼을 한다. 엄마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p.314), ‘나’는 ‘내가 지는 문제와 내가 가진 가능성으로부터 동시에 도망치고자’(p.298) 결혼을 선택한다.

  결혼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며, 피난처도 아니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결혼 생활을 행복하지 않았고, ‘나’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한다. 그런데 엄마는 딸의 이혼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심지어 사위 걱정을 한다.

  이 소설에서 엄마와 딸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이다. 엄마인 영옥은 첫째 딸의 죽음을 자기 탓으로 여기는 딸을 위로하기 위해  ‘사람 명이 하늘에 달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고’(p.318) 한 조모(영옥)의 말에 상처를 받고 오랫동안 왕래를 하지 않는다. ‘나’는 이혼 후 조모가 사는 희령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에 지원하고 합격해서 희령에 내려간다.  열 살 때 조모와 열흘 간 희령에서 보냈던 추억을 끝으로 조모를 만난 적이 없던 지연은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조모를 만나게 된다. 그 후 조모와 만나면서 증조모와 조모,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던 모녀들은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 중에서 내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인물은 증조모이다. 백정의 딸이지만 ‘세상이 궁금하고 사람이 궁금’(p.35)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p.34) 보는 사람이며 ‘당당하고 강인한’(p.61) 사람이다.

 이 소설에서 아쉬운 부분은 딸의 이혼을 대하는 엄마의 태도이다. 그리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엄마는 딸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깨닫거나 사과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가족이기에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며, 가족 간에도 사과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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