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10주년 특별판>( 편혜영 외, 문학동네, 2019)에 실려 있는 <저녁의 구애>(편혜영), <폭우>(손보미), <상류엔 맹금류>(황정은)을 읽으며 늦은 밤 먹은 야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얹힌 듯한 불편함이 떠나지 않았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가 ‘’불행’인 탓이다.
<저녁의 구애>에 등장하는 ‘김’에게는 모두 무사한데 자기에게만 닥치는 게 불행이다. <폭우>의 ‘그녀’는 자신과 남편이 멍청하기 때문에 불행을 겪고 있다고 여기며, <상류엔 맹금류>의 ‘제희’ 가족에게 닥친 불행은 본인들의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 평소 언니 동생 하며 지내던 ‘제희 어머니’의 시장 동료의 배신에서 비롯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행과 고통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말을 일생동안 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무사 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 보면 슬픈 소리가 난다’(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말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삶의 진짜 모습을 간파한 작가의 통찰력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삶이 우리에게 던져 주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