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

by 비니

나를 알고 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나도 나 자신을 삶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그런 삶을 살기 힘든 환경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우선시해야 하는 일이 돌봄이기 때문이다.


매일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과 팔순이 넘은 엄마를 돌보는 일을 먼저 해야만 할 때마다 답답하고 화가 난다. 가족이 소중하고 부모를 위하는 마음이 아름답다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미성숙한 존재라 여겨지고 한없이 작아진다.


동생의 대소변을 변기에 버렸다. 요양보호사와 점심 식사를 마친 엄마는 오로지 동생의 변 상태가 어땠는지만 물어본다. 난 아직 점심도 못 먹었는데.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여드렸어야 했나 보다.

엄마에게 서운함을 표현할 때면 으레 “쟤는 아프잖니.”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 말은 천하무적 강력한 무기가 되어 내 심장을 찌른다. 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냥 넉다운이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미국 아이오아주의 엔도라라는 작은 마을에서 가장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길버트라는 청년의 이야기이다. 큰형은 집을 나갔고 길버트 혼자서 아버지의 자살로 초고도 비만이 되어 집에서만 지내는 엄마와 집에서 살림을 하는 누나, 사춘기의 여동생, 그리고 지적 장애인 남동생 어니를 돌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여행 다니다가 차가 고장 나서 잠깐 엔도라에 머물게 된 베키를 알게 되고 점점 친해진다. 바라는 게 뭐냐고 묻는 베키에게 길버트는 이렇게 대답한다.


“모든 걸 바꾸고 싶어. 우리 가족이 살 새집이 있었으면 좋겠고 우리 엄마가 에어로빅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고 엘런도 어서 컸으면 좋겠고 아니가 멀쩡해졌으면 좋겠고 또…”


길버트가 바라는 건 모두 가족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나도 길버트처럼 말했을 것 같다.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고 막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고…….


길버트의 말을 들은 베키는 자신을 위해 바라는 건 없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길버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 걸까.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언니가 아닌 그냥 나로 살고 싶다고 대답한다면 이기적인 사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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