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유난히도 좋아하시는 엄마는 특히 시루떡 마니아이다. 그런 엄마를 위해 가끔 동네 떡집에서 시루떡을 사다 드리곤 한다.
작년 겨울 어느 주말, 외출했다가 집에 가는 길에 떡집에 들렀더니 아쉽게도 시루떡이 없었다. 며칠 후에 가봤는데 또 없길래 사장님에게 물어봤더니 오전에 다 팔린단다.
설이 얼마 안 남은 토요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였다. 이 정도 시간이면 시루떡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부지런히 떡집으로 걸어갔다. 가게에 도착해 진열대를 살펴보니 반갑게도 시루떡이 보였다.
다른 사람이 사갈세라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가 두 개 남은 시루떡을 집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시루떡을 보고 기뻐할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뿌듯했다.
“엄마, 여기 시루떡 사 왔어요.”
나는 개선장군처럼 자랑스럽게 떡 봉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내 상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떡집에 들렀으면 떡국떡이랑 만두 좀 사 오지. 설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몇 번의 도전 끝에 떡 구입에 성공해서 들떴던 마음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건 나중에 사 와도 되잖아요. 엄마 좋아하는 시루떡 사 왔는데 떡국떡이랑 만두 안 사 왔다는 말씀만 하시니 좀 그래요.”
마음이 상해서인지 말투가 뾰족하게 나왔고, 엄마는 “그럼 시루떡 좀 줘봐라.”라고 하셨다.
떡이 따뜻하지 않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고 있는데 엄마가 또 엉뚱한 말씀을 하셨다.
너 먹을 거만 돌리는 거니?”
오늘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걸까. 나를 어떤 딸로 생각하길래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지? 남이 이 장면을 보면 엄마를 치매 초기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양보호사와 병원에 가도 엄마가 앞장서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나에게 사달라는 요구도 또렷하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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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도 건강 프로그램에서 아보카도 오일이 좋다고 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그런데 이때도 아보카도 오일 샀다는 내 말을 들은 엄마의 반응은 이랬다.
“그런데 집에 올리브 오일은 있니?”
아마 텔레비전에서 올리브 오일이 몸에 좋다는 얘기들 들으셨던 모양이다.
나와 오래 살아서 그런지 엄마가 따로 사는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좀 다르기는 하다. 같이 산 세월만큼 애증이 쌓여서일까. 어쨌든 엄마와의 대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나를 어지럽게 한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와 집에 오면 조용히 쉬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여러 면에서 너무 다르다. 같은 반이었다면 절대 친해지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