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생활에서 가장 힘들 때

by 비니

몇 주 전 엄마를 모시고 외래 진료를 간 날 기침과 가래가 계속 나온다고 해서 폐 사진을 찍었고, 상태가 안 좋아서 입원을 하게 되었다. 2주 넘게 치료를 받았는데 지난 일요일, 병원 간호사실에서 이제 퇴원해도 된다는 전화가 왔다. 수요일 오전에 퇴원하겠다고 말하고 중국에 있는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여보세요. 응, 나야. 엄마 이제 많이 좋아지셔서 퇴원해도 된대."


다시 요양 병원에 모시겠다는 내 말에 동생이 알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언니, 저번에 엄마가 조금씩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하시던데 집으로 모시는 게 어때? 집에 오고 싶으신 것 같아. 얼마나 힘드시겠어. 몇 달간 계속 병원에 계셨잖아. 언니 혼자는 힘드니까 00(따로 독립해서 살고 있는 내 딸을 말한다.)이가 가끔 와서 할머니를 돌봐드리면 되지 않을까?"

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엄마만 걱정하고 막냇동생과 엄마까지 두 사람을 독박 간병 중인 언니의 고충은 전혀 생각 안 해주는 것 같아 서운함이 확 밀려왔다.


"네가 상황을 잘 몰라서 그래. 엄마가 좋아지셨다고 하지만 아직도 혼자서는 거동을 못하시는데 어떻게 집으로 모시고 와. 나 출근하고 나면 집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움직이시다가 다시 넘어지시면 진짜 큰일이야. 00 이가 매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너도 생각해 봐. 지금 엄마가 집에 올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지셨는데 내가 요양 병원으로 모시겠다고 하겠니? 나도 엄마 빨리 집으로 모시고 싶고, 네가 그런 말 안 해도 엄마가 괜찮아지면 내가 알아서 모시고 올 텐데 네가 그런 말 하니까 내가 되게 나쁜 딸 같잖아."


말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도 떨렸다. 동생은 자기가 잘 몰라서 엄한 말을 한 것 같다며 언니 마음 풀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나도 잘 안다. 중국 가기 전에 엄마를 잘 챙겼던 동생이 현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있고, 엄마와 막내를 혼자 돌보는 나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연세가 많으신 엄마가 너무 걱정되지만 중국에 꼭 가고 싶다며 울던 동생에게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나한테 연로하신 엄마와 장애가 있는 막내 동생을 맡기고 가는 동생이 원망스러웠다.

거기다가 공교롭게도 동생이 출국하기 2주 전 엄마가 넘어져 다치셨고, 직장 다니며 살림에 막내 동생 수발, 엄마의 뒷바라지까지 하게 되자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원망과 분노는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간병의 시간이 흐르면서 직장 다니느라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안 살림과 막내 동생 간병으로 힘드셨을 엄마를 많이 돕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자책, 미안함에 이제부터라도 잘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체력이 약한 편이라 독박 간병으로 인한 피로로 지쳐 쓰러지는 날도 많았고 간병과 관련하여 힘든 상황이 생길 때마다 원망과 분노가 솟구쳤다.


이런 과정의 반복 끝에 엄마와 막내 동생의 돌봄은 내 몫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이렇게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곤 한다.


간병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엄마와 막내 동생의 돌봄과 뒷바라지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마련할 여유와 에너지가 고갈되어 간다는 점이다.


간병 생활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간병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는 간병 시간이나 간병 휴가, 유급 간병휴직 등 현실성 있는 정책들이 시행된다면 간병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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