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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Nov 24. 2022

딸이 떠났다

  딸이 세상을 떠났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고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장례를 치른 지 이제 2주도 안 된 시간. 친구처럼 지냈고 늘 살가웠고 엄마 힘들다고 걱정 많이 하던 이쁜 딸. 너무나도 소중하고 소중한 그 아이가 이제 겨우 스물다섯의 나이에 스러졌다.    

 

  자식 잃은 부모님들을 볼 때마다 마음 아파하며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거라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었는데. 삶은 내 뜻대로 안 흘러가고 심지어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무너지기도 하지만 이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올 해도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고 투덜대며 지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바닥을 칠 줄은 전혀 몰랐다. 팔순이 넘은 엄마와 장애를 가진 여동생의 돌봄 노동만 힘들다고 생각했다. 딸이 떠나기 며칠 전에는 엄마가 코로나 확진이 되어 요양 보호사도 못 오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가고 보니 이제껏 투정 부리던 돌봄 노동의 괴로움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 딸이 살아 있기만 하다면 지금보다 몇십 배의 수고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내가 사 준 옷들을 좋아하며 즐겨 입었고, 마지막 날도 그 옷들을 입고 와서 엄마 먹으라며 아이스크림을 들고 왔던 착한 딸.     


    딸이 떠나면서 내 인생도 끝났다. 이제 아무것에도 의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나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생명이 다하는 날이 올 것이고 우리 딸이 조금 많이 일찍 간 거지만 왜 하나님은 내가 아니라 딸을 데려가신 것일까.                                                    


  엄마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했던 우리 딸. 가족과 친구와 어른들과 후배들에게 늘 먼저 다가가고 따뜻한 사랑을 베풀었던 딸. 그 딸을 못 보고 목소리를 못 듣는다는 사실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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