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퇴근을 하고 누워 있는데 안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동생이 배변 실수를 해서 속옷이랑 잠자리 일부가 젖은 것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안방으로 갔다. 동생의 옷을 벗겨서 욕실에 앉히고 잠자리를 새로 교체했다. 동생은 문을 열었다 닿았다 하며 장난을 치고 있다.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를 잘라 주고 몸을 씻겼다. 동생은 자꾸 손을 내밀어 내 옷을 잡아당기고 몸을 툭툭 친다. 나는 요령 있게 피하면서 동생의 몸을 닦다가 기습 공격에 맞기도 한다.
밤 10시가 넘어 하는 돌봄 노동. 속에서 화가 고개를 내밀기에 꾹 눌렀다. ‘이까짓 일로 화내면 지는 거야’ 다짐하면서 동생을 씻기는 일을 마무리했다.
바디 로션을 발라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자리에 눕혔다. 엄마는 동생의 머리를 보더니 너무 잘 잘랐다며 연신 감탄을 한다.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아무 말도 못 듣는 것보다는 낫지만 별 감흥이 없다. 그냥 무덤덤하다. 내가 짊어지고 마무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약간은 슬프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내가 힘든 식간을 보내는 이 밤에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눈을 감겠지. 나도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새 생명이 탄생할 때 딸을 만나러 가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