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전투 중에 말했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나는 오늘 이렇게 결심했다.
‘나의 힘듦을 알리지 말라.’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까지 언급하며 해야 할 다짐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개인적이고 사소한 문제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선언하지 않으면 내 인생이 구질구질해서 견디기 힘들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엄마와의 갈등 호소에 동생은 지쳐가고 지겹기도 하겠지.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그 입장이라도 그럴 테니까.
사실 엄마랑 엄청 심각하게 싸우며 지내지는 않는다. 가끔 쌍인 것들이 제어가 안 되어 터지는 게 탈이다.
힘듦을 토로해 봤자 본전도 못 찾는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엄마와 다정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조언도 많이 들었다. 그 말이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확인하게 하고 자괴감에 빠진다.
다정한 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힘든 과제이다. 나는 나쁜 언니이고 나쁜 딸인 걸까.
작년 늦가을, 사랑하는 딸을 갑자기 잃고 난 후 바싹 말라 건드리면 부스러져 바닥에 흩어져 버리는 꽃이 된 것 같다.
힘들다는 말도 자주 들으면 듣기 싫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에게 말하지 않겠다. 이 결심을 완벽하게 지킬 자신을 없다. 그래도 말하고 싶을 때마다 그러지 말라고 스스로 입을 막을 것이다. 자신을 이해하기도 버거운데 다른 존재를 이해한다는 일은 우주를 품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