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그런 거 못해

by 비니

토요일 저녁은 동생네가 오는 날이다. 가까이 살지만 동생도 출근하는 데다 어지럼증으로 힘들어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온다.

올해 대학생이 된 조카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같이 오면 레시피를 보고 음식을 만든다. 우리 딸을 보는 것 같아 좋기도 슬프기도 하다.

아침에 막내 대리처방을 다녀온 후에 약속이 있어 외출했다가 7시가 다 되어 귀가했다.

식구들은 모두 저녁을 먹은 후였고 나는 조카가 만든 가지 덮밥으로 식사를 했다.

동생네가 돌아가고 난 후에 엄마가 말했다.

“박 서방이 막내 손톱 깎아 줬어. 평소에는 네가 자르느라 고생하는데.”

‘아니 언니가 해야지 왜 제부를 시켜.’

제부가 워낙 심성이 착하고 따뜻한지라 엄마와 막내에게 잘한다. 제부가 할 수도 있지만 동생이 안 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깨는 그런 거 못해.”

헉!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나도 하는데 동생은 못 한다니.

“아니, 엄마. 나도 하는데 왜 걔가 못해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지. 자기가 안 하고 왜 남편을 시켜.”

엄마는 화를 내는 나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도 왜 성질이 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평일에 힘들어도 웬만하면 동생 약 먹이고 잠자리 시중까지 드느라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한다. 같이 살기 때문이다. 동생은 자기네 식구만 지내니까 힘들다고 일찍 자고 주말에도 편히 늦잠을 잔다.

그냥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순간순간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엄마도 무슨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순간 나온 말일 거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판단력이나 사고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도 같다.

지난 주말에도 이런 말도 했다.

“나 아직 귀 안 멀었는데 이상하게 너희들이 말하는 게 잘 안 들려. 아무래도 내가 못 알아 듣게 너네가 작게 말하는 것 같아.”

나랑 동생과 제부, 조카는 너무 황당한 엄마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 자신이 옹졸하고 포용력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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