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던 날

by 비니

일주일 전에 건강검진한 병원에서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신장 쪽에 혹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병원에는 비뇨기과가 없어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예약을 했다.


그 병원에서 십여 년 전 아빠가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돌아가셨고 작년에는 딸의 사망을 선고받고 장례도 치렀다.


오늘 오전 운전을 하다가 병원에 거의 도착하면서 통곡을 했다. 우느라 그랬는지 우회전을 미리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오르막길을 한참 가다가 아무래도 내려가야 할 것 같아 차를 돌렸다.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공사 중이라 길이 복잡해 예약 시간에 늦을까 봐 초조해지자 흐르던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조금 전까지 꺼이꺼이 울던 내가 운전에 집중하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딸이 가고 난 후의 내 삶은 한 편의 코미디 같다. 울다가 웃다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의사는 신장에 자리잡은 종양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건 암이 아니라 지방혹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제가 수많은 암 환자의 사진을 본 경험 상 이런 모양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람인 양 건방진 말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난 병원에 오기 전부터 불안하지는 않았다.


암이 아니면 다행인 거고 암이라면 그에 따라 치료를 하든 삶을 정리하든 하면 되는 거니까.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한다면 그만큼 딸을 만날 날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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