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 사람은 하기 싫은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이 거의 없다.
딸이 떠나고 난 후에 하고 싶은 일이 하기 싫은 일로 바뀌었다.
운동도 하기 싫고 영화도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여행도 독서토론 모임도 그다지 당기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뮤지컬 광고를 들을 때면 뮤지컬을 좋아하던 딸이 떠올라 힘들다.
딸이 떠나기 한 달 전쯤에 <자백>이라는 영화를 함께 봤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딸이 감탄하던 목소리가,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와! 엄마, 이 영화 완전 재밌어.”
좋아하는 영화를 딸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남은 시간은 뭔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