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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Apr 14. 2024

장례식장에서

   지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구십이 가까운 연세이다.


   스물다섯에 떠난 딸과 팔십이 훨씬 넘어  눈을 감은 지인의 어머니. 삶의 연수와 상관없이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


   우리는 불사의 존재가 아니기에 언젠가는 죽는다. 그럼레도 먼저 간 이의 죽음이 애통한 건 소중한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딸을 잃은 후 입맛도 잃은 내가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밥을 맛있게 먹었다. 올해에 가장 맛있는 밥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지인과 대화하다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딸의 장례식장에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배도 안 고프고 잠도 오지 않았다. 하루종일 통곡을 한 것도 아니다.

   지인들이 장례식장에 오면 같이 앉아 심지어 웃으며 대화하기도 했다.(그렇다고 울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딸을 보내고 장례식장에서 씩씩한 엄마라니.


   내가 잘 웃고 말이 많아졌을 때는 지독한 슬픔을 견딜 수 없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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