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유품 중에 무선 이어폰이 있다. 내 방 서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사용할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했다.
나이 들면서 이어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귀가 아프고 불편해서이다. 아니다. 사실은 딸의 물건을 사용하면서 실시간으로 딸의 부재를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는 쓰고 있다. 딸을 그리워하면서. 갈팡질팡하는 나.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딸의 귀에 항상 꽂혀 있던 무선 이어폰. 음악을 좋아하던 딸. 노래도 잘 부르던 딸.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우리 집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엄마와 할머니를 위한 음식을 만들던 착하고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이 떠오른다.
딸과 항상 함께 했던 이어폰을 서랍에서 꺼내 충전을 하고 내 휴대폰과 연결했다. 나는 지금 딸이 쓰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