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

비로소 깨달은 '내려놓음'에 대하여

by 차유


시작은 조금 딱딱한 이야기로 해보겠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직무보다 스킬이 중요해진 시대, 잡크래프팅(Job Crafting)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았는가? 잡크래프팅은 구성원이 직무를 재해석하거나 방향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과녁에 영점 조정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기존 직무에 나의 강점과 지향하는 업무를 조금씩 연결시킴으로써 진짜 하고 싶은 일로 내 직무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은 자기다움을 발휘하며 일에 더욱 몰입할 수 있으며, 회사의 성과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잡크래프팅에 성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나도 현재 직무와 하고 싶은 일 사이에 느껴지는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년 간 사내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왔다. 지금은 HR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매출을 내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구성원들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 및 사내교육 관련 업무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한 전사 행사나 스터디를 리딩하거나, 팀 내에서 동료리뷰를 기획하는 등 이것저것 시도했다.


잡크래프팅의 핵심은 ‘주어진 기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시도하는 것이다. 나도 3년 간 나의 본분을 성과로써 증명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어 리더분께 ‘하고 싶은 방향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직무를 전환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설득력을 높이고자 해당 업무의 필요성과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고 공유 드렸다.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두 번의 면담 끝에, 결국 ‘지금은 매출이 중요한 상황이라 어렵다’는 대답을 듣게 됐다.


리더님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서운한 감정은 단 1초 뿐, 오히려 시간을 내어 나의 얘기를 들어주신 것에 감사했다. 그저 ‘안되는 구나, 어쩔 수 없지! 그럼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이를 계기로, 나는 회사 업무를 핑계로 2년 간 미뤄왔던,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결합한 비즈니스를 주말 이틀 동안 구체화 시켜버렸다. 폭발적인 생산성으로 밀린 독서를 하고, 해당 비즈니스를 구현할 뉴스레터 기획까지 다 끝내버렸다. (기대해주세요!)


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지만 거절 당할 수도 있고, 원해서는 안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내려놓음’ 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




내려놓는다는게 뭔데?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된다고?’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겨?’라고 불평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가는 대로. 결과는 바꿀 수 없고 우주가 이렇게 흘러가도록 정해줬나보네. 우연을 가장한 또 다른 기회가 필연처럼 찾아오겠지. 뭐든 되겠지. 혹은 자책은 내려놓고, 마음을 가볍게 먹고 쉬었다가자. ‘잦은 파도로 내가 바다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출처를 찾지 못한 누군가의 따뜻한 말도 기억하자.



물론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달라진 것도 맞다. 생존 방식으로 습득한 사고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취업에 실패하거나 시험에 불합격해 우울해 하고, 사랑하는 이와 관계가 잘 풀리지 않은 적이 참 많다. 오랫동안 특히 관계에 있어서 상실을 겪으면 쉽게 낙담에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후회와 미련으로 밤을 지새우며 펑펑 울다가 아침 해가 뜨면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붕어눈이 된 나를 거울로 마주하고서 또 슬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붙잡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젊은 시절’이라는 비싼 비용을 주고 배웠다. 그리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후회 없을 정도로 간절하고 치열하게 시도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만 툴툴 털고 금방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제주 세화해변에서 만난 무지개. 소나기는 어쩔 수 없지만 무지개를 보고 기뻐할 자유는 있었다



내려놓을 줄 안다는 것은 곧 성숙이다

지금 나는 간절히 원하던 직무로 전환에 실패하였지만 어떠한 타격감도 없다. 오히려 인생에서 정말 많은 걸 압축적으로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도 쓸 수 있고..!)


이런 상황을 ‘진짜 나를 찾는’ 기회와 자기 성장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내려놓았기 때문이며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지나온 물리적인 시간만큼 생각을 무르익혔다. 20대 후반인 지금, 지난 날에 비해서는 분명히 성숙해졌으며 삶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느낀다.




내려놓을 줄 아는 성숙한 삶을 위한 한 문장을 기억하자. 그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에 에너지를 집중하자.


‘안되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럼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면 되지?’



마지막으로, 이러한 마인드셋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타인의 존중과 지지가 있을 때 더 잘 발휘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에너지를 집중할 곳에 잘 집중하여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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