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구경

2019.06.20 이야기

by Reㅡ

동네 구경에 나섰습니다. 집 앞에서 우측으로 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큰 길이 나온다고 지도에는 분명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릭샤를 타거나 차를 타면 굳이 큰길로 돌아서 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골목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많이 통행하지 않는 한적한 길이어서 약간은 주춤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앞서가는 교복 입은 학생들 여럿을 따라가며 원래 다녔던 길인 양 아무렇지 않게 골목에 들어섰습니다. 조금 가다 보니 골목과 골목 사이에 철문이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선글라스를 끼지 않았다면 당황해서 동공 흔들리는 것을 다 들킬 판이었습니다.


앞서가던 아이들이 자연스레 철문 가장자리 쪽으로 가더니 몸집이 크면 지나가지도 못할만한 틈으로 철문을 통과했습니다. 개구멍은 아니고 누가 철문 한 귀퉁이를 힘겹게 열어놓은 듯한 그런 통로였습니다. 길은 있더이다. 전혀 당황한 티 내지 않고 철문을 지났습니다. 앞서가던 아이들은 뒤돌아보며 좁은 철문을 비집고 들어온 외국인을 힐끔힐끔 쳐다보았습니다.


철문을 지나 조금 더 가니 몇 차례 지나쳤던 큰 길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쉽고 빠른 것을. 철문 때문에 한참을 돌아서 다녀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만약 이 철문이 열린다면 온갖 스쿠터와 자동차와 릭샤가 이 좁디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와 이곳에 사는 이들의 일상이 소음으로 가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이대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큰길을 조금 더 걸어 다시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내가 사는 이 동네는 비교적 번화가에 속해, 큰 건물도 많고 큰 길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곳이 인도이지만 도시는 다르구나라고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서도 가난한 이들의 터전이 보이고, 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름한 곳들이 눈에 띕니다. 바닥에는 동물들의 배설물부터 돌멩이, 유리조각도 제법 보이는데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다 떨어져 가는 이불을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 지붕 아래 앉아서 꿰매고 계시는 할머니도 보입니다. 아무 이유도 목적도 없이 넋을 놓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심지어 곳곳에는 병든 개들도 넘쳐납니다.




인도는 인구가 13억 명이 넘어섰고, 10년 이내에 중국을 넘어서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땅덩이도 참 넓고 넓어 우리나라보다 33배나 큰 곳입니다. 이 넓은 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아니 이보다도 더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는지요. 사람 사는 모양새가 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러려니 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이들의 현실을 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그저 마음으로 기도할 뿐입니다. ㅈ님께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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