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1 이야기
에어컨을 구입했습니다. 가전제품 체인점인 Croma(한국의 하ㅇ마트쯤?)에서 냉장고, 세탁기와 함께 구입했습니다. 에어컨은 설치가 필요하고 여기는 인도이니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에어컨 기사는 구입 바로 다음날 방문했고 그 날부터 에어컨을 사용할 수는 있었습니다. 단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에어컨 옆에 있는 콘센트와 에어컨의 코드가 맞지 않았고, 에어컨 기사는 코드를 저렇게 만들어 놓고 떠났습니다. 내일 다시 오겠다며.... 그게 무려 2주 전의 일입니다.
인도의 콘센트는 정말 특이합니다. 한국은 돼지코 모양 하나인데, 인도의 콘센트는 뭐랄까 인도의 다양함을 수용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 보니 콘센트와 코드가 맞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멀쩡한 코드를 저렇게 만들어 놓다니... 황당하긴 했지만... 여기는 인도니까, 내일 온다니까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그게 무려 2주 전의 일입니다.
내가 에어컨을 구입하는 날, 함께 간 지인도 에어컨을 구입했습니다. 그 집은 우리 집보다 하루 늦게 에어컨이 설치되었습니다. 그런데 설치를 마치고 보니 에어컨에서 냉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사 말로는 에어컨 컴프레서가 문제가 있다나 뭐라나. 새 제품인데... 며칠 뒤에 와서 컴프레서 교체를 해주겠다고 하길래 지인은 그렇게 하라고 했답니다. 그게 2주 전입니다. 그러나 온다던 기사는 오지 않고(우리 집도, 지인의 집에도) 몇 번이나 Croma를 방문했고 그 사이 그렇게 2주가 지났습니다.
오늘 오후 5시쯤, 일이 있어서 그 지인의 집을 방문했더니 에어컨 기사가 와 있었습니다. 지인의 말로는 온다던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와서는 두 시간째 고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컴프레서 문제라고 해서 컴프레서를 교체했는데 여전히 냉기가 나오지 않았고, 그 기사는 뜯었다 달았다, 풀렀다 죄었다를 하며 저러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가 얼른 해결되어야 우리 집에도 올 텐데 말입니다. 5시 반이 막 넘어갈 무렵, 에어컨 기사는 지인에게 다음 말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지금은 안되니 오늘 저녁 8시에 한번 켜보세요. 그때도 안되면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엥?? 이건 무슨 소리인가? 지금 작동이 안 되는데 어떻게 8시에 될 수가 있지?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인도에서 15년 정도 살아온 지인의 말씀이 명언이었습니다.
'인도 사람들, 참 철학적이에요. 그들의 말에는 철학이 있어요. 그러니 우리도 철학적으로 이해해야겠죠.'
하... 철학이라...
인도살이 초짜인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 곳에서 살아가다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건 그렇고 우리 집 에어컨은 언제쯤 마무리가 되려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