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청소

2019.06.08 이야기

by Reㅡ

오늘 새벽, 함께 왔던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혼자입니다.

울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했지만, 눈 맞춤 한 번으로 그 다짐은 무너져 버렸습니다.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 이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오늘 하루를 지내는 동안에도 순간순간마다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찬양이라도 들으며 위로받고 싶었지만 인터넷 연결이 잘 되지 않아 그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소음이 가득했으나 그 안에서 나는 적막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압니다.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오늘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요.

그때까지만 잘 견뎌보려 합니다.

ㅎㄴ님께서 오늘도 지금도 나와 함께하시니 걱정은 없습니다.

다만 그저 오늘은 자꾸 눈물이 날 뿐입니다.




새집에서 첫날밤입니다.

새벽 4시도 넘어서 잠들었는데, 아침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잠을 설쳤습니다.

새벽에 몇 차례 깨어 시계를 보고는 좀 더 자야 오늘 하루 피곤치 않을 테니 다시 눈감기를 몇 차례.

결국 8시가 조금 넘어 잠자기를 포기하고 일어났습니다.

오늘의 계획은 청소하기입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방 하나만 청소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밤은 좀 더 깨끗한 곳에서 자고 싶었습니다.


큰 마트에 가서 청소도구를 샀습니다.

물건도 상표도 모두 낯선 그곳에서 고작 몇 가지 물건을 구입하는데 한 시간도 족히 더 걸린 듯합니다.

집에 돌아와 본격적인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현지인이 살던 집이지만 비교적 깨끗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침대를 드러낸 바닥의 상태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바닥 청소만 한 시간 반은 족히 걸렸습니다.

구석구석 찌든 때와 먼지를 청소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도 마음도 지쳐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틀 전 방문했던 인도의 시골, 현지인 집이 생각났습니다.

맨발로 바깥도 실내도 구분 없이 다니는 그들. 청결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환경들, 사람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지금껏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익숙한 삶이니까...' 그러려니 했던 나의 마음을 ㅎㄴ님께서 보게 하셨습니다. 이 또한 이들의 삶이니, 이 또한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니, 그러니... 그러려니 했던 나의 마음을 보게 하셨습니다.


내 안에 긍휼이 없음을 보았습니다. 사랑이 없음을 보았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태어나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인도의 영혼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ㄱㄷ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작은 방 하나를 두 시간 넘도록 청소하고, 새로 산 냉장고에는 배달하던 이들의 실수로 큰 스크래치가 나고, 세탁기의 물은 넘치고, 먼지 가득한 지저분한 집을 보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지금이지만, 그래도 두 발 편히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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