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2019.06.09 이야기

by Reㅡ


한국에서는 보통 6시 30분부터 주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늦은 저녁이 되어야 끝이 났습니다.

오늘은 인도에서 첫 번째 맞는 주일입니다.

8시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먹을 것이 없어서ㅜㅜ) 교회로 향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셨지만 낯섦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한주 한주 지나면 달라지겠지요. 점점 더 익숙해지겠지요. 그 날을 기다려볼 뿐입니다.


이른 시간 집에 들어왔습니다. 3시 30분입니다. 주일 낮, 이 시간에 집에 있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어색하고 어색했습니다. 어제 다하지 못한 집 청소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구석구석 정리하려면 아직 몇 주는 더 걸릴 듯합니다. 그러나 조금씩 깨끗해지는 집을 보니, 점점 더 기대가 되는 마음입니다.


한참 청소하다 보니 출출해졌습니다. 처음으로 밥을 지었습니다. 양 조절에 실패해서 너무 많이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사 먹었기에 살림 안 한 티가 너무 납니다. 가스레인지에 가스통을 연결할 사람이 오기로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습니다. 연락해보니, 차가 고장이 나서 오늘 올 수 없다고 했습니다. 뭐 이 나라에서는 이런 일 쯤은 그러려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가까운 쇼핑몰에 가서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할 생각에 채비를 하려는 찰나,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 인도는 우기철에 접어든다고 했습니다. 오늘 내리는 비가 우기를 알리는 첫 번째 비인 듯합니다. 쇼핑을 포기하고 방에 들어와 앉았는데, 정전이 되었습니다. 타이밍이 어쩜 이리도 절묘한지요. 하하. 무려 3시간 동안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고, 초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우리 집은 깜깜했고, 번개와 천둥은 집이 흔들릴 만큼 울려대고... ‘아 이곳이 인도가 맞구나’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비는 또 내릴 테고, 전기도 또 나갈 텐데 이 곳에서 살아갈 방도를 생각해놔야겠습니다. 캄캄한 방에서 다행히도 인터넷은 잘 되기에 한국의 그리운 이들과 인터넷 통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 있었지만 무섭지 않았습니다. 세 시간쯤 지나고 기다림에 지쳐 집 앞 작은 마켓에서 초를 사 가지고 들어오는 길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마켓도 정전이 되었던지라, 어두운 곳에서 작은 초 한 상자를 샀는데, 10개들이라고 해서 가지고 왔더니 8개밖에 안 들어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캄캄해서 잘못 본 거겠지요. 어쨌든 전기가 들어와서 다행입니다. 한국에서는 늘 익숙했던 것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전기마저도 반가웠습니다. 작은 것에 더 감사할 수 있는 삶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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