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인다는 말

두서없이 쓰는 근황 에세이

by 해센스

작년 늦여름 쯤 보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 있는데 처음에 못 알아봐서 못 다가왔다고 한다. 안 쓰던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몸도 달라졌다고 한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한 것이 아닌데 꾸준히 운동했더니 체형이 조금 달라졌나 보다. 최근에 몸에 대한 이야기를 몇 사람에게 들었다.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닌데 살이 계속 빠지는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고 필라테스 선생님한테도 활력이 더 생기고 라인이 좋아져서 다른 운동도 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달 좀 전쯤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 주 5회 운동했더니 거의 매일 야식 먹어도 몸이 약간 달라진 것을 느낀다. 요가 클래스의 다른 여자분들의 팔을 보면서 저게 요가하는 팔(yoga arms)이구나 느꼈는데 내 팔도 요가암이 되어가고 있다.


친구는 만나는 중에도 몇 번을 좋아 보인다고 하더니, 만나고 집에 돌아가서도 전보다 많이 좋아 보인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작년 말, 올해 초 많이 힘들 때는 연락을 안 했다. 우연찮게 알게 된 누군가한테 대나무숲처럼 있었던 일이야기를 했는데 오래 알고 지낸 친구 누구에게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고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봄이 오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만났을 때 그저 조금 전에 힘든 일들이 있었다는 정도만 이야기했다.


이 친구에게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굳이 과거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그냥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으로 새로 태어났다. 좋아 보인다고 해서 정말로 좋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했다.


마음 가는 대로 살 수밖에 없으니까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있었으면서도, 계속 세상의 기준과 내 선택들을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고 있었다. 나에게 꼭 맞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계속 떠나려고 했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에게서 단호하게 멀어질 용기가 없었다.


내 기준과 세상의 기준이 계속 충돌하니까 세상을 탓하고 남을 탓하고 남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비교하는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굳이 비교라고 해봤자 운동을 꾸준히 하는 여자분들의 팔을 보면서 나도 저런 팔을 가져야겠다는 것 밖에 없다. 그렇다고 서둘러서 더 근육질의 팔이 되려고 크게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꾸준히 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이니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그동안 꾸준히 운동한 내 몸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


힘들 때에나 외로울 때에나 내가 나를 모를 때에나 세상이 나에게 관심이 없을 때에나 나는 책을 계속 읽었고 운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글을 꾸준히 쓰고 발행했다. 그랬더니 몸도 마음도 단단해졌다. 나만의 길을 가는데 자신감과 당당함이 생겼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잠깐 흔들리고 만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끌리면 마음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거절당한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어떤 포인트에 마음이 갔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나와 그리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미련을 두지 않는다.


이별을 당할 때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만큼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나를 성장시키는 말이 없다. 아주 짧은 만남 이후에 이별할 때 듣는 그 메시지를 꽤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내 글들을 읽었는데 나는 많이 사랑해 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내가 연인에게서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인 것 같다.


내가 뭘 해도, 어떤 모습을 보여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고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 굳이 미주알고주알 있었던 모든 일들을 이야기하고 나의 모든 특성들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람. 그냥 색깔 안경을 쓰면 쓰는 것이지, 왜 갑자기 색깔 안경을 쓰는지 설명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


난 인생의 단 한순간에서도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도 그렇다. 올해는 특히 그렇다. 나는 나를 잘 쌓아 올리고 있다.


그 어느 순간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솔직하게 살아왔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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