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씨앗

글쓰기가 덜 생각나는 것에 대한 의식의 흐름

by 해센스

글 쓰는데 모멘텀이 떨어졌다. 글감이 없다기보다는 글을 쓰고 싶다, 써야 한다는 강한 마음의 작용이 줄었다. 아주 최근 들어 생긴 일이다.


글을 써야만 해소되는 감정이 있어야 하는데 글을 써서 감정을 해소하고자 욕망보다 초코케익을 퍼먹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한동안 빵 섭취가 줄었다. 그래서 속도 편해졌는데, 오늘은 빵이 너무 먹고 싶다. 빵이 먹고 싶은 만큼 글을 쓰고 싶어야 하는데 빵에 대한 욕망이 글에 대한 욕망보다 앞선다.


글 쓰는 모멘텀이 떨어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피곤해서 글쓰기를 하루 건너뛰었다. 그 주의 브런치 발행 개수는 채웠지만 그래도 브런치 콘텐츠를 매일 발행한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에 차질이 생겼다. 물론 앞으로도 못쓰는 날도 있을 수 있고 괜찮다. 매일 쓰기 시작하고, 잠들기 전까지 못쓴 날이 딱 이틀 있었는데, 그날들은 정말 특별한 일이 있어서 심리적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서 그랬다.


하루를 못쓰면 그다음 날 글을 쓰는데 조금 더 시작이 어렵다. 어떤 글이라도 그냥 매일 쓰는 일은 글을 조금 더 부담 없이 쉽게 쓰게 한다. 어제도 썼으니 오늘도 쓰다 보면 뭔가가 나오겠지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게 한다.


혼자 산책하는 시간이 줄었다. 여전히 하루에 평균 만보 정도는 걷는다. 출근하며, 운동을 가며, 스터디 끝나고 집까지 걸어 돌아오며 걷는다. 그냥 걷는 것과 산책은 조금 다르다. 아무런 다른 목적 없이 오로지 산책이 목적인 산책을 해야 한다. 길을 따라서 자유롭게 발길 가는 데로 걸어야 한다. 공원을 한참 혼자 걸으면 영감이 떠오르고 문장들이 생성된다.


강렬한 햇볕, 습도, 돌풍을 동반한 비를 핑계 삼아 산책 시간이 줄었다. 혼자 산책하는 시간이 주니 자연히 다른 사람과 함께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혼자 있는 시간, 혼자 목적지 없이 빙 둘러 걷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흩어져 있는 생각과 감정의 파편이 하나의 주제와 글로 모아질 수 있다. 여름에 글을 쓰고 싶다면 특별한 목적지 없이 지하철에 올라타 나는 가만히 있지만 열차가 나 대신 산책을 하는 자극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부정적인 감정이 줄었다. 사무실에 약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은 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레버리지 하려고 하고 내 눈앞에서 내 귀에 들리게 작은 거짓말까지 한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주입하려고도 하는데 업무 시간 이외에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최소한 그런 가스라이팅은 피할 수 있으니, 그런 기회가 생기면 피해버리면 그만이다.


나의 창작에 영감을 주고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정도의 감정은 그런 짜증스러운 감정 이상의 감정이다. 오래 묵은 고통과 불안, 고독과 같은 감정이다. 불안과 고독,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이 줄었다. 새롭게 발견한 나로 존재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도 줄었다. 드러내고 살아보니 막상 별일 없고, 그래서 그것이 점점 별 것 아닌 일이 되어가고 있다.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해진 가장 큰 이유는 연애이다. 가족 이외에 단 한 명만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면 채워지는 그 구멍이 채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 사람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 말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꾸준함과 행동으로 마음이 느껴지고 불안하지 않다.


내 감정을 글로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불안도를 올리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글에 가짜를 쓸 수도 없고 나의 코어감정을 빼고 에세이를 쓸 수도 없다. 잠깐 불안해짐을 무릅쓰고 그냥 나를 담고, 글을 발행한 후에 별일 없으면 오히려 더 큰 안정감을 느끼고, 이런 담금질을 반복하며 강철멘탈로 거듭난다.


그렇다. 마음이 편안해서 글 쓰는 것이 조금 덜 생각난다. 나에 대한 글을 써서 내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도 그 불안감을 무릅쓰려고 한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어쩌면 나를 드러낼 때 느끼는 위험과 스릴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불안감이라는 원동력이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진에세이] 오늘 당신을 위해 무엇을 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