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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센스 Dec 18. 2024

날 것

억울하고 상처받은 남자의 행동들을 본다.


눈에 힘을 줘 안 그래도 통통한 눈두덩이가 더 통통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 말은 한껏 다 삐뚤게 꼬아서 대답한다. 삐뚤어져서 그렇다고 한다.


손을 잡으려 하면 뿌리치기도 하며, 혼자 간다며 길에 두고 집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는 면역이 없었다. 내가 익숙했던 남자의 모습은 이런 것이었다.


표정이 없어지고 얼굴이 살짝 불그스름해지지만 차마 입을 열어 말을 하지는 않던 남자.


바보처럼 다 참고 듣고 있던 남자. 해 줄 수 있는 건 참아주는 것 밖에 없다던 사람.


감정을 날 것으로 드러내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며, 삐지거나 화를 내는 남자는 그동안 멀리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처받는 나만이 아니라 나 때문에 더 상처받았을 그가 보여 삼키고 흘려보낸다.


화라고는 내지 않던 전남친이 어느 날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면 이렇게 날 것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은 홧병은 안 걸리려나 생각도 한다.


참다가 나도 버럭하고 소리 지른 날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부터 가슴이 조금 후련해졌다.


날 것의 감정, 그리고 행동.


내가 많이 밉다는 말.


변하겠다는 내 말에 이런 네 모습이 힘든데 안 변할 것 안다는 말.


그걸 알면서도 결국 떠나지 못하는 것. 받아들이기로 하는 것.


그리고 그런 날이 계속 무한히 반복된다면.


지나간 것을 사랑이었다고 말하기는 참 쉽다.

그런데 현재진행형인 것을 사랑이라고 정의한다면, 사랑은 날 것의 아픔을 계속 삼키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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