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지고 화난 티 다 내면서 전화를 끊자고 하는 그에게 왜 그렇게 회피하냐고 했다.
그는 내게 네가 진짜 회피형이 아니냐고 했다.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하며 끊고 싶어 하는 나.
불만 다 말해놓고 그건 그냥 화나게 해서 그랬고 진짜 불만은 없다고 말하는 나.
그런 내가 답답한 그.
감정 다 표출하는 그가 속상한 나.
혼자 일주일 간 여행을 가려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회사 때문에 힘들고, 앞만 보고 달려와서 번아웃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모든 것에서 잠시 도망가고 싶다.
비행기모드로 있을 수 있는 시간과 잠으로 도피하기 좋은 낯선 침대와 공기가 간절하다.
일, 사람, 일상, 집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서 잠시 도망치고 싶다.
사랑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내 마음보다 먼저 돌볼 수밖에 없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몸의 감각과 내 마음에만 매몰되고 싶다.
명상 30분, 20분, 10분
요가 1시간
이런 것들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서
단절될 수 있는 핑계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