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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et Lounge Sep 05. 2021

내 인생의 전성기는 끝났단다.

철학관에서 들은 내 전성기 소식.


모두의 삶에는 전성기가 있다고 한다. 인생의 흐름 속 만나게 되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희망과 좌절, 부유함과 가난함, 그 많은 인생의 롤러코스터 속에서도 사람의 운이 가장 좋을 때가 있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인생의 전성기라 한단다.

인생의 전성기


청춘을 바쳐 근무한 회사를 떠나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찾아간 철학관. 내 사주를 한참 들여다보던 철학관 선생님은 그만두고 싶을 만하구나, 많이 힘들 때구나, 고생했구나.라고 말하며 나의 퇴사를 인정했다. 보이지 않는 앞날이 걱정스러워 차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힘들었던 나날들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선생님은 내가 퇴사를 할만하고, 퇴사를 해도 문제없고, 다른 일을 해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다만, 지금처럼 많은 돈은 못 번다고 했다. 나의 전성기는 끝났다는 것이다.


철학관을 떠나며 퇴사의 결심을 굳건히 하게 된 기쁨도 잠시, "당신의 전성기는 지금이었어요"라던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내 삶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나는 이렇게 퇴물이 되는 건가?

앞으로의 내 삶이 지금보다 못해진다는 것인가?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았고 나는 이내 깨달았다.


전성기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남들이 갖고 싶어 하는 직장인가.

연봉인가.

사회에서 나의 타이틀인가.

나를 따르는 이들의 수인가.

내 아파트의 이름과 평수인가.

내가 타는 차의 브랜드인가.


만일 이러한 요소들이 전성기를 결정짓는 것이라면, 그러한 화려한 물질들이 내 사주 속에서 <전성기>로 묘사되는 것이라면, 나는 묻고 싶다.


늘 야근으로 바쁘던 내가 이제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누리게 되었는데, 이것이 나의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이것이야말로 엄마로서 내 삶의 전성기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어찌보면 내 아이에게도 유년시절의 전성기를 선물해준 것은 아닐까?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게 된 내가 이제야 남편의 하루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그의 고민을 마음으로 함께 나눌 수 있으며, 그의 단점보다는 장점들과 사랑스러움이 보이고, 그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속에 차오르는데, 이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자 내 결혼 생활의 전성기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물질적인 전성기는 지났을 수 있다. 직장인으로서 내 전성기는 지났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삶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을 전성기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내 마음에 따라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철학관 선생님이 말했던 나의 전성기 시절, 급여 봉투를 손에 들고 나는 과연 행복했던가. 단연코, 그렇지 않았다.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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