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set Lounge May 13. 2022

[직원면담 기록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넣어둬...

며칠 전 독일 자동차 B사의 제품 중 한 가지 모델에 관심이 생긴 나는 제품 정보를 얻고자 B사의 공식 딜러사 두 곳에 전화를 했다. 한 곳에서는 해당 모델을 전혀 알지 못했고 들어 본 적도 없다 말했고, 다른 한 곳에서는 해당 모델이 몇 년도에 한국에 들어왔는지까지 설명해주었다.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해당 모델 대신, 그와 비슷한 스펙의 모델을 알려주며 세일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차를 구매한다면 나는 필히 직원을 찾아가 구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브랜드의 동일한 제품을 핸들링했던 두 명의 세일즈 직원. 고객은 같은 질문을 했지만, 그들의 지식수준이 달랐기에 답변도 달랐으며,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도 달랐고, 잠재 고객 확보에 대한 결과도 달랐다.


회사 경영 당시 직원 면담 중 자주 들었던 표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참으로 얄팍한 속임수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 박탈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너와 나의 능력은 동일하거나, 또는 내가 더 뛰어나 보이는데도 나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너를 보니 억울해서? 눈에 보이는, 회사에서 비치는 모습들만으로,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각자 맡은 업무 처리 결과만 보고 단순히 비교하고 섣불리 판단하며 억울하다 말한다. 


"내가 이렇게 하루하루 맡은 업무를 성실히 하고 있음에도 나를 제치고 타인이 승진을 했다는 것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맡은 업무를 성실히 하고 있는데>에 함정이 있다. 맡은 업무만 성실히 하는 이가 있고, 맡은 업무를 성실히 함과 동시에 동시에 부서와 조직의 동반 성장을 위해 힘쓰는 이가 있다면, 과연 회사에서는 어떤 이에게 부서를 맡기고 싶을까. 그저 입사 시기가 비슷하고, 한 공간에서 근무하며, 9-6의 동일한 시간 동안 근무를 한다는 이유로 너와 나의 능력이 같다고 생각해서도 안되고, 타인에게 부여된 고과나 승진 등의 혜택이 나에게도 똑같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믿어서도 안된다.  


그들이 업무와 조직생활에 임하는 자세는 어떠한지, 상사에게 얼마나 적시에 올바른 보고를 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떠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지, 고객이나 동료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개별 KPI 달성 여부는 어떠한지 등, 기타 평가 요소들을 다방면으로 평가함으로써 결과가 부여되기에, 그저 입사 동기라고,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해서 나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어떤 이는 경력 6개월을 가지고 들어온 입사 1년 차 직원이었다. 후에 경력 3년 차 직원이 들어와 대리 직급을 달자 그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내가 먼저 입사했고, 딱 보니 내가 더 일을 잘하고, 내가 저 사람을 가르쳐주는 입장인데 왜 나는 대리가 아닌 사원인지 부당하다고 했다. 


어떤 이는 경력 2년 미만의 사원이었고, 왜 자신이 (부장급) 파트장보다 더 일을 많이 하는지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 카드를 꺼내놓았다. 딱 봐도 파트장은 중요한 업무도 안 하고 있는 것 같고, 실무는 자신이 다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딱 봐도>에 또 한 번 함정이 있다. 조직 내에서 각자 맡은 역할과 직급별 목적 및 목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러한 조직과 역할 및 책임에 대한 이해를 빼놓은 채 <딱 보고> 억울함을 느낀다. 


불만에 사로잡힌 그들은 사내에서 부정적인 언사를 해가며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어필하며 돌아다닌다. 안타깝게도, 이 순간마저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이번 승진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다른 어떤 이들은 추후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상사를 찾아가 건설적인 논의를 나눈다는 것을. 자신의 성장 포인트를 스스로 찾고 목표를 재정립하며, 자신이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받아들이고, 다음 기회에 자신이 원하는 바는 무엇인지 상사에게 열린 마음으로 보여준다는 사실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양한 조직 내 평가 요소를 배제한 채 남보다 내가 낫다는 성급한 우월감을 갖고 있는 그들은 화를 내고 상대를 비방하며 상사를 비난하는데 급급하다. 직원을 관리하는 포지션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러한 직원을 꼭 한 명은 만나봤으리라. 


물론, 여러 가지 부정한 방식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들도 많다. 갖은 아첨과 라인 타기를 하며 경쟁자에 대한 비방을 서슴지 않고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사업을 따낸다거나 승진을 한다거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사회일 것이고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 경우는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충분히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타인과 나를 섣불리 비교하기보다는 작년과 올해의 내 모습을, 어제와 오늘의 내 모습을 비교할 줄 알고, 더 나은 모습과 결과를 위해 고귀한 발걸음을 내딛는 선한 마음과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승리해야만 하고, 또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원면담 기록부] 팀원 업무 능력이 부족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