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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차린 채식 한 끼 19

- 단식, 한 번쯤 비워보자

by 노을

지난주 내내 여행하면서 식사량이 평소보다 많았고 평소에 하던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으니 몸이 무거워진다. 태평의 엄마를 뵈러 가면 우린 꼭 그 동네 동사무소에 들러 인바디를 재본다. 아니나 다를까 체중이 꽤나 늘었으니 다른 지표들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태평의 동생은 우리가 오랜만에 왔으니 맛난 것을 먹여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늘 그 핑계로 거나한 식사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 번에는 부산에 새로 생긴 호텔의 뷔페식이었다. 평소 대게를 먹고 싶어 했는데 대게가 있단다. 가기 전부터 대게로 뽕을 뽑으리라 작정을 한다. 있게 양껏 먹고 점심 이용시간 30분이 남았다는 알림을 받고 일어났다. 아.... 진짜 위장에 음식을 차곡차곡 쌓은 느낌이었다.


사실 식사 전에 동생을 포함한 우리는 24시간 단식을 예정하고 거하게 먹었으니 그리 먹은 것이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나와서 바닷가길을 걸으며 단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단식은 첫 번째가 가장 힘들다. 당이 떨어지면 손떨림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두통도 생긴다. 나의 첫 단식 경험은 실로 너무 고통스러웠고 마지막 한 시간 동안 나는 시계만 쳐다보았고 땡 하자 말자 오이를 마구 씹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두 번째부터는 거짓말처럼 잘 참아졌다. 몸이 극한을 경험하고 어느 시기에 음식이 제공되는가에 훈련되었는지 지금은 작정하면 72시간도 가능하므로 단식에 대한 아무런 걱정 하지 않는다.


태평과 동생은 24시간 단식을 수행했고 나는 여전히 배고픔을 느끼지 못해 48시간으로 연장했고 오늘 오후 2시에 총 50시간의 단식을 끝냈다. 어제는 수영도 가서 부드럽게 근육도 쓰고 천천히 걷는 신체활동도 하면서 몸이 너무 축 처지는 것을 예방한다.


단식이라 하면 사람들은 겁부터 낸다. 그러나 사고로 긴 시간 동안 고립되었던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물만 있어도 우리는 어느 정도는 살 수 있다. 우리는 상시는 손만 뻗으면 먹거리에 닿을 수 있으니 그런 극한 상황이 아니면 단식이 어렵다. 그래도 몸이 무거우면서 찌뿌둥하면 자주는 아니어도 몇 달에 한 번씩은 해볼 만하다. 몸이 가벼워지고 음식에 대한 자세도 또 좀 달라진다. 단식하는 동안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나는 생수, 레몬 물, 소금물, 그리고 아주 옅은 블랙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주로 선택사항이지만 나에게는 48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명약이다. 잠시 커피 향을 맡고 한 모금할 때 최고다!!


24시간 단식도 도움이 되지만 48시간이 좀 더 몸의 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심하게 과체중이면 단식 후 눈에 띄게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이 보이지만 짝 과체중이면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단식으로 인한 몸의 정화작용은 있으니 그 기분을 즐다.


간헐적이든 24 또는 48시간 이든 회복식은 조심해야 한다. 소화가 잘되는 삶은 야채국물(육식파이면 사골국물)부터 천천히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정상 식사가 허용될 때부터 섭취하는 것이 좋다.

오늘 수프에 들어간 야채들이다. 주재료가 토마토이니 토마토수프이다. 단식 중단 2시간 전부터 만들어 먹을 준비를 한다. 만드는 동안 음식에서 나는 향기가 더없이 향기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름답다 하면 이해가 잘 안 되겠지만 단식을 하면 어떤 아름다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건더기를 걸러내고 국물만 천천히 들이킨다. 입안에서 오물거리며 향과 맛을 느낀다. 이 순간은 세상에서 제일 고귀한 음식을 먹는 순간이다. 한 사발 먹고 한 시간쯤 뒤에 건더기 포함된 국물 한 그릇을 더 먹었다. 맛있다. 같이 먹은 야채로는 오이, 아보카도, 파프리카 각각 반조각, 그리고 두어 시간 뒤에 삶은 달걀 하나와 두부 작은 조각을 수프와 함께 먹을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7,80년대 보다 엄청나게 먹거리가 풍부해졌다. 학업이든 직장이든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사회에서 스트레스 풀기는 주로 음식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맛있는 것을 즐기고 식탐까지 있어 많이 먹는 편이며 세상에 널려 있는 맛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2~3개월에 한 번씩은 비우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좀 무딘 편이라 몸이 좋아지는 것을 사실 잘 모르겠으므로 그냥 비우는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실천하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식은 복식 만드는 동안 건강하고 이쁜 식재료에 감사하게하고 잘해내었다는 성취감에 정신 건강에 좋은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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