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조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추가되었다. 강사는 많은 것을 준비해 왔고 그중 하나
뭔가 살짝 의도된 듯한 질문을 우리에게 했다. 강사가 원하는 답변을 할 것인지 딱 1초 고민하다가 내가 원하는 대로 답을 해 버렸다. 질문은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나에게 꼭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서슴지 않고 부모형제를 버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저녁노을을 남겼다. 강사님뿐만 아니라 듣고 있던 동료직원들도 나의 황당한 답변에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다. 인생 모토라고까지 할 것도 없지만 내 인생의 중심은 나 자신이고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모든 기준은 내가 어떻게 되느냐이지 나의 부모가 나의 형제가 이러저러해서 나는 그리해야 한다는 통속소설 같은 뻔함은 싫더라.
저녁, 모두가 모인 술자리에서 대부분 부모님을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답변을 한 직원들은 나의
답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허나 나의 설명도그들을 이해시키지 못했다.내가 한 답변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부모님도 형제도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비 오고 흐린 날을 빼고는 나의 하루를 더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저녁노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가 젤로중요하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여자 사람을 본적 없어 당황스러우셨나 ㅎㅎ !!!
저녁노을에 대한 나의 사랑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도연결되어 있다. 동네 친구들과 놀고 있다가 이 친구 저친구의 집에서 "누구야 누구야 밥 먹으러 오너라" 하면 한 명 두 명 놀이를 그만두고 친구들이 집으로 가고 나도 엄마의 부름으로 맛난 저녁을 먹으로 집으로 간다. 그 시간은대부분 노을이 지거나 살짝 어스름이 지는 시간이다. 나는지금도 그 시간이 되면 엄마가 부르는 것처럼 마음이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어스름한 시간이 되면 친구 하메는 늘 "어 노을이 좋아하는 시간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마음이 몽상몽실 해져서 웃는다. 그렇다 매일 그렇게 그 시간은 마법의 시간처럼 행복과 그리움과 보일 듯 말듯한 미소가 피어나는 시간이다.
노을이에게 저녁노을이 있듯이 우리 모두에게는 오래도록내 안에서 터를 잡고 때때로 나의 가심을 퐁싱퐁신 하게 하는것이 하나쯤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