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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Sep 12. 2023

나의 어르신 친구들

- 우리 모두는 늙어 간다.

스스로 인정하는 나의 장점 - 나이 불문 성별 불문 친구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다!!!


나에게는 미국에서 태어난 어르신 친구가 있다.  그녀는 나의 영어선생이었고 세월이 흘러 흘러 이제 우린 학생과 선생을 떠나 그냥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지낸다.  내가 늦게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그리고 다시 취직을 하고.  내 고향에서는 나 같은(순종적이지 않고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나이가 꽤 많은 여자 사람) 사람은 수용하기 힘들었는지 나를 마구 밀어 내서 결국 나는 직장을 찾아 서울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어르신 친구와 나는 서울과 부산에서 살아야 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만나진 못해도 대화의 기회가 주어지면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려동물 고양이는 어떤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뭔가 불쑥 기억이 나실 땐 신나는 인생 이야기도 해주신다.


나의 어르신 친구는요 ~~~

194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지만 그녀의 부모님도 딸이 시집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  미쿡 부모들도 꼭 같구나.  그녀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차를 몰고 싶어 하였으나 아버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녀는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차를 몰고 쓩하고 가버리는 "나의 길"을 외치는 그런 여인이었다.   그녀는 올림픽 요트 경기 국대를 할 정도로 활동적이고 요트 사랑이 큰 사람이었고 좋아하시는 노란색 1인용  요트를 미국에서 머나먼 한국으로 가지고 오기도 하셨다.  그 요트가 한국에 오는 날 나는 근무 중이었는데 공항에서 요트의 돛대를 부산으로 보내지 못해서  연락이 왔었다.  공항으로 급히 가서 이래저래 알아 뒤 긴 돛대를 택배를 통해 부산으로 보냈던  있었다.  그 일이 재미있으셨던지 가끔 그 이야기를 하시며 너가 있어 다행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나의 어르신 친구의 남자 어르신 친구~~

그녀의 요트 인생으로 인하여 한국에서 요트나 배에 대해서 절대 둘째 가지 않는 어떤 멋진 친구를 만난다.  선생님이나 나나 그 남자 어르신 친구의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대충 90살은 넘었을 것으로 짐작.   한 25년 전쯤 남자 어르신 친구가 나를 요트에 태워 주셨다.  그날의 기억은 이글거리는  뜨거운 햇살아래 멋진 요트를 탔지만 기억할 만하게 징하게 힘든 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뒤로 요트에 대한 로망은 모두 없어짐.


남자 어르신 친구는 해양대학에서 강의도 하시고  행복하게 잘 지내셨다.  그러다가 그분이 아프게 되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나는 나의 어르신 친구와 함께 그분을 뵈러 간 적이 있다.  아주 멀리까지 갔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그분은 계속 병상 생활을 하고 계셨고 코로나로 인해서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고 계셨다.  "그분 잘 계시나요?" "응...... 잘 계시지......."  변이 명쾌하지 않다.  왜일까......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 하지 않나.  남자 어르신 친구는 이제 많이 아프다.   나의 여자 어르신 친구는 이제 그를 마지막으로 만나러 간다는 말을 했다.  그녀는 나에게 동행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리하고 싶어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분은 다행히 설이 좋은 노인요양 병원에 계셨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멋진 마린보이룩의 옷을 차려입고 나오셨다.  나는 그분의 목소리에 놀랐었다.  아픈 사람의 목소리가 절대 아니었다.  어찌 저리 에너지가 충만할까? 그래서 아픈 그분을 보는 내가 전혀 슬프지 않았다.  두 어르신 친구는 토막토막 추억을 이야기했고 서로 선물도 주고받았다.  나는 내가 눈물바다를 만들 것 같았는데 전혀!!!  너무 행복한 만남에 같이 할 수 있어 내가 도리어 행복했다고 할까.  서로 이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만남일 수 있어 이런 대화를 하시면서도 웃으실 수 있는 그 마음 - 나는 그들이 충만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삶이 있겠냐 마는 나는 나의 두 어르신 친구를 보며 그래 저 정도면 된다, 멋지다 했다.


한 시간도 채 못 되는 만남의 시간을 뒤로하고 우린 안녕을 고했다.  "사랑하는 친구 사랑하는 가족!!!  두고 떠나기 힘들지만 나는 너무도 행복했고 열심히 살았고 좋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었다" - 해어지기 전에  남자 어르신이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시다.


언젠가  나의 여자 어르신 친구와 나도 저런 이별을 할 때가 오겠지.  그때 나도 환하게 웃어야지. 나의 어르신 친구는 너무 웃길 때 정말 "낄낄낄" 하며 웃는다.  나는 그 웃음소리를 들을 때 부니가 무척 좋다.  나도 낄낄낄!!!


그녀의 묘비명에 "너무도 낄낄거린 그대"라고 쓰고 싶다!!!  요즘은 묘를 잘 안 쓰니 유골함에 그리 새겨볼까!!!


최근에 알게 된 어슐러 르 귄이라는 작가의 책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어 보려 한다.  여든이 넘은 노작가는 또 어떤 혜안을 남겨 두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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