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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Sep 12. 2023

간 큰 엄마

- 내 쪼대로 살기

지금은 이미 청년인 조카 K 군 이야기.


초등학교 입학을 했는데 자꾸 뭐 공부란 것을 시킨다. 나는 저 넓디넓은 운동장으로 가 맘껏 뛰어다니고 싶은데 학교라는 곳은 도대체 뭐지??? 입학하고 일주일 되는 날 조카가 내 동생에게

"엄마 나 학교 안 다닐래"

"왜"

"응, 놀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응, 그래 그러면 엄마가 학교에 이야기할게 너 내일부터 학교 안 간다고."


동생은 학교에 전화해서 선생님과 짬짜미를 합니다. 일주일 정도 학교를 안 보낼 테니 그리 아시라 그리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면 쉽게 다시 보내주지 않고 시간을 좀 끌다가 다시 보내겠다. 어떤 선생님인지 모르겠으나 동생의 계획에 적극 참여하고 조카는 담날부터 학교 안 가고 신나게 나가서 놀았습니다.  


하루 이틀 놀다 보니 또래나 형아는 없고 모두 동생들만 있어 점점 재미가 없네.

"엄마, 나 학교 다시 갈래"

"왜?"

"동생들 하고만 노니까 재미가 없어서."

“근데 어쩌지 학교는 한번 나오면 영원히 못 가는데."

"........ 으앙."


담날부터 조카는 잘못했다고 죽으라고 용서를 빌었지만 나의 동생은 "엄마도 노력하고 있는데 너무 힘든 일이라 네가 학교를 다시 가기는 힘들 것 같아." "........... 앙앙....... 학교 갈래 학교 보내줘요." 안 봐도 너무 웃긴 상황. 그렇게 일주일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엄마의 엄청난 노력 끝에 학교를 다시 가게 된 것으로 알게 된 조카, 그 뒤로 학교는 무조건 가는 것으로.


명절에 외가에 오면 이모 외삼촌 모두 놀립니다. "OO아 요즘 학교는 잘 다니고?" "네 학교 잘 다녀요." 어리니까 학교 이야기하면 아이가 바짝 긴장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놀리면 "이제 그만해요. 저 학교 꼭 다닐 거예요."  학교가 뭔지 잘 몰랐던 아이와 그냥 구슬려서 보내면 되는데 굳이 아이를 이렇게 놀려먹는 엄마 ㅋㅋ.  


다소 보통의 엄마 범주를 벗어난 내 동생 이야기를 좀 하면

- TV에서 가난하거나 부모 없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일부러 아이들을 불러서 보여줍니다. 너희들은 엄청 행복하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비교의 대상이 살짝 거시기하다ㅋㅋ)


- 마트는 한 달에 한 번만 데리고 가서 원하는 것 하나만 사줍니다. 감사할 줄 알게 하는 두 번째 교육방식. (좀 많이 짜다)


- 이 세상의 중심은 엄마인 나이고 내가 행복해야 울 식구도 행복해진다 고로 모든 면에서의 고려는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식구들을 세뇌시킴. (아주 슬기롭고 영특한 여인이다)


- 아이들로 인하여 나의 행불행이 결정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너희가 무슨 결정을 하든 반대는 하지 않으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너희들이 져라.(너의 책임을 내가 지려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게.  이 또한 슬기롭다)


- 학원,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 단, 이 결정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 나중에 울고불고하지 말라. 학원비는 저축해서 20살이 되면 인생 밑천으로 주마.(멋진 엄마 코스프레!!)


- 우리 집은 국립 대만 가능하니 대학은 국립대로. 사립은 불가능.(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냉철함)


남매인 조카 둘은 본인이 원하는 학원만 다니고 K군은 죽으라고 게임을 즐겼고.    큰아이는 원래 반듯해서 주~욱 잘해 나갔고 국립대 가서 적은 돈으로 학교를 잘 다녔고. K군은 공부를 안 했으므로 군대 먼저, 제대 후 공부해서 대학 입학. 국가에서 지원하는 무슨 기술대학에 진학해서 본인은 만족해함. 부모는 해 줄 수 있는 것만 해주고 기대하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음.


인생 미천으로 한 명은 여행을 다녀왔고 K군은 본인 하고 싶은 일 한다고 씨앗 돈으로 가져갔다고 함.


내 동생이 조카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 - 야들아, 사람마다 제각각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옳고 그름은 없고 단지 다를 뿐이다. 느리게 가든 더디게 가든 너의 속도로 가서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 단, 나는 너의 행불행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단다.-  바로 아래 동생인 이야기 주인공인 엄마와 나는 많이 닮아 있어 동생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면 내가 더 신나하며 동생에게 잘한다 잘한다 했다지요.


요즘의 엄마들이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면 아이들에게 엄마의 상식 선에서 올바른 길을 안내는 해주되 팔은 잡아당기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죠.   그러나 알지요 쉽지 않다는 것을.  내 자식을 제물로 하여 세상을 시험해 보기에는 내 자식은 너무 소중하고 하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우린 그런 강심장도 달고 있지 않아요.


뭐가 옳은지 그런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저길 위에서 내 마음이 조금 더 기우는 곳으로 가면 되는 거 아녀라고 나는 그냥 혼자 말한다.



K군 1학년 담임의 봉변 - 생각해 보면 K군의 담임 선생님도 동생과 이다.  학부형과 짬짜미를 하다니.  그 학교는 소도시의 작은 학교로 누가 누구인지 학교에 무슨 일이 있는지 귀만 쫑긋해도 다 알 수 있는 곳이다. 그 일을 교장선생님이 모를 리가!!!  담임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에게 혼났고 동생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애를 학교에 빠른 시일 내로 등교를 시켜주시라.  동생 "교장선생님에게 제가 전화할게요." 이왕 칼을 뺏으니 마무리는 좀 멋지게 지어야 하지 않나.  "따르릉"  "00 학교 교장 아무개입니다" "아 네 저는 아무개 엄마 000이 입니다" 동생은 다짜고짜 몰상식한 여인을 연기합니다.  "교장선생님 저는 이쐐끼를 절대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교장선생님이 그렇게 또 너그럽게 이해를 해 주신다니 곧 등교시키겠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부모와 같은 존재였던 그 시절 학부형이 전화해서 교장선생님에게 "이쐐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교장선생님이 감히 상대하기 힘든 여인이라는 것을 바로 알려주는 것이죠.  교장 선생님 그 뒤로 네네만 했다지요.  왠지 담임선생님 한번 더 혼났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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