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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Oct 07. 2023

그림 수업 소감

- 자꾸 하면 실력이 는다

6주간  이다의 "끄적끄적 길드로잉" 수업을  받았다.  이 수업에 참가할까 말까 망설이는 나에게 "해봐"라는 용기를 준 워크숍의 광고 문구는 이랬다.

네 가지 중에 핑크표시 문구가 긍정적으로 나를 살짝 흔들었다면  초록 동그라미표 안의 글귀는 정말이지 딱  내 맘이긴 하였으나 부정적인 쪽으로 마음을 흔들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안 해보고는 모르는 일이니 수업료 버리는 셈 치고 해 보자 했다.  그리고 실제 수업 가서 첫 그림을 그렸는데  "다를 잘났는데 나만 구려"는 나의 처지를 어쩜 그리 정확하게 묘사했을까 싶었다.  그리고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미술 전공자들까지 수업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수업 동기들과 말을 트게 되면서 그림을 너무 잘 그리길래 "저 반했어요"라고 말하니 배시시 웃으며 그림 전공한 사실을 살짝 귀띔해 주었다.  오히려 그 고백은 그들과 나 이미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 모두 나의 선생급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해 주었으므로 결과적으로 나를 더 편하게 해 주었다.

첫 그림이다.  선생님은 그림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여러 가지 설명을 하시고 바깥 풍경을 그려보라 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처음으로 그려본 것이다.  미숙함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 군가는 "에게게"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겠지만 초보인 나는 최선을 다해 선을 긋고 색을 칠한 결과이다.  스스로 평하면 구름이 진짜 별로다.

두 번째 그림.  이때까지도 그림 테두리를 검은색 사인펜으로 그리는 것이 괜찮다는 것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니 그리했고 더 명확해 보이기도 해서 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려 놓고도 깜놀한 실력 ㅋㅋㅋ.  오!! 나도 뭔가를 보고 비슷하게 그릴 수 있구나 했던 그림이다.

 번째 야외수업에서 그린 국립현대미술관 뒤쪽 풍경 그림.  나무 그리는 실력이 조금 나아진 것이 보였다.

초록잎을 저렇게 그려본 것 처음이다.  나의 그림 선생들이 그린 화분을 보고 배운 것을 참고해서 그려 보았다.

아파트 아래쪽의 초록 뭉탱이 같은 화단을 오일 파스텔을 이용해서 표현한 것이 제일 잘한 것 같아 뿌듯했던 그림이다.

처음으로 가장 세밀하게 그려본 그림.  새 오리가 아니고 왜가리.

그림을 배우면서 그려보고 싶은 것이 많이 생겼다.  빨리빨리 그리지 못하므로 사진으로 담아놓고 매일 뭐든 하나씩 꺼내서 그리고 있다.  이 만큼의 우산을 그리고 나니 이제 우산은 대상을 보지 않고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 숲길에 있는 벽화 찍어둔 사진을 보고 그렸다. 나무가 내 마음에 들게 그려진 첫 그림이다.  그림 양쪽 가장자리는 폭망한 상태.  그래도 즐겁다.

수업이 끝나고 그림일기를 시작했고 다양한 나무를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의 그림선생들의 그림을 참고해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모사를 포함해서 많이 그려보는 것이 실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강아지풀을 과연 내가 그릴 수 있을까 했는데 나만의 방법으로 강아지풀이 그려졌다.  혼자 잘했다고 칭찬했다 ^♥^ .


6주간은 나에게 많은 변화와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이전과는 달리 대상을 자세하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그림은 내가 너무 못해서 꼭 잘해보고 싶은 이었는데  그리던 못 그리던 이전처럼 막막하지 않다는 것이 나에게서 가장 많이 변화한 부분이다.


수업을 하는 동안은 과제 말고는 그려 볼 생각을 안 했는데 이제는 그림일기를 포함해서 최소 매일 한 장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좋아하지 않으면 그러지 못할 것인데 진정 좋아하고 즐거운가 보다.  수업 첫날 선생님이 나눠주신 자료에 있는 내용이다.  신기하게도 나에게  "일상이 재미있어진다"는 실현되어 버렸다. 신나는 일이다.

그림 솜씨가 탁월한 분들이 보면 발로 그려도 저보다 잘 그릴 수 있다 하겠지만 그림을 처음 그려본 나는 내가 저만큼 그릴 수 있게 된 것도 기적 같고 그리고 내 그림에 실망하지 않고 계속 끄적거리고 싶은 마음이 득이는 것이 너무 좋다.  그래서 용기 내서 그림수업받기를 짜 잘했다는 것이다.


자꾸 하면 실력이 는다는 말, 진짜 좋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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