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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Oct 08. 2023

하루 한 끼

- 설거지하기  싫은 사람의 꽤

퇴직한 직장은 시간으로써는 매우 훌륭한 곳이었다.  돈을 포기하는 대신 시간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신의 직장에서나 가능한 9-5시 칼퇴가 가능하고 연차 깔끔하게 다 찾아 쓸 수 있었던 곳.  그곳에서 돈 대신 받은 시간으로 나는 늘 따뜻한 끼니를 내 손으로 해 먹는 행복을 누렸다.  새벽 수영을 다녀와서 도시락 들고 걸어서 출근하는 그 기간은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충만한 시기였다.


그 이전 직장도 그랬으면 좋았으련만 눈뜨면 달려가야 했고 지하철 막차가 퇴근 열차였던  상황에서 모든 식사는 대충 배고픔만 면하는 행위였다. 출근할 때는 그렇다 치고 주말엔 침대에서 기어 나와 물 한 모금 먹는 시간도 아껴서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사실 좀 일어나서 움직이면 피로가 덜 했을 텐데 말이다.


챙겨서 먹는 것도 그렇지만 사실 제일 문제는 설거지!!!  그 와중에도 나는 대부분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음식을 하고 나면 주방은 어떤가?  다음 한 끼를 포기하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주말에 식사 잘 차려서 하루 한 끼만 먹 나머지는 배고플 때 과일이나 채소 같 것으로 먹자고 결정했을 때도 결정의 근거엔 설거지의 귀찮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 결정이  설거지의 해방뿐만 아니라 저절로 16시간 간헐적 단식도 하게 해 주면서 효과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는 것을 무척 가볍고 홀가분하게 해주는 보기 드물게 훌륭한 결정이었다.


귀찮아서 "이건 어때?" 했던 방법들이 꽤나 괜찮을 때가 종종 있다.  그중에 제일이 하 한 끼 먹기다.  한 끼 먹고 설거지하고 돌아서면 그다음 끼니였던 몹쓸 쳇바퀴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었다. 특히 직장 다닐 때 주말에 나를 쉬게 해 준 최고의 방법이었다.  며칠 전 손이 많이 가는  동그란 쿠키대신 택한 방법도 그렇다. 가끔 이런 나에게 묻는다 "그렇게 매사 귀찮은데 어떻게 사냐?"  내놓을 답은 없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왜 사는지도 잘 모르는 것처럼.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대충 내가 행복한 방향으로 한 발씩 움직이며 사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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