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숩게 하는 이야기
- 친절, 그 마법스러움에 대하여
2천 년대 초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서울 참 팍팍하다 느낀 것 중 하나는 식당의 테이블 사이즈가 부산에서 보지 못한 작은 크기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부산에서 딸랑 둘이 앉는 2인 테이블을 본 적 없었던 터라 서울에서 첫 대면한 2인 테이블은 참 생소하고 각박했다. 또한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공간도 좁아 오고 가는 움직임도 더 조심스러워야 했다. 그러하니 점심시간에 1인을 받아 줄 때는 합석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원래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나는 합석을 거부하지 않았다. 처음 뵙는 어떤 분과 식당의 작아빠진 2인 테이블에서 만나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을 어색함을 날려버리기 위해 어여어여 씹어 삼켜야 하는 그 순간에 떠오르는 단어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요즘 아이들은 잘 들어본 적 없는 문구였다.
그런 경험이 다반사였던 어느 날 그날도 합석을 해야 해서 자리 안내를 받고 먼저 앉아 계신 분에게 목례를 하고 착석했다. 그 짧은 순간 내 인생에서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먼저 앉아 계셨던 남자분께서 나를 일행 대하듯 냅킨을 깔고 수저를 놓아주신 것이다. 너~~무 고마운데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몸을 일으켜 좀 전에 상상하지도 못했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나에게 일어난 그 따스운 순간에 대한 최대의 예를 표했다. 그리고 그분의 따뜻한 미소도 후속타로 받고 나도 고마운 마음을 생글거리는 눈웃음으로 돌려드렸다. 그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앞서 묘사한 서울의 식당에서 느낀 각박함이 물리적으로는 존재했겠지만 그날 그 식당에서는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준 작은 몸짓이 그리고 그 몸짓이 전해준 친절의 말이 내가 평소 느끼던 것을 다르게 느끼도록 하는 마법을 부렸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만나는 이들에게 내가 경험한 기분 좋음에 대해 설파하고 다녔고 드디어 나도 그 마법을 부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출장길에 인천공항의 식당에서 어떤 남자분이 합석해도 되냐고 하시길래 그러시라고 하고 나도 냅킨을 깔고 수저를 놓아드렸다. 그분은 내가 했던 것보다 더 크게 놀라움을 표하시며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하시며 기분 좋아하셨다. 그분은 한국인이었지만 젊은 날 타국으로 이민 가셨고 삼십여 년 만에 첫 모국 방문이라 하셨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내가 좋은 기억을 드렸다 싶어 나 참 잘했네 싶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해서 나도 이전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는 행동을 자제하기도 하지만 식당에서 합석의 기회가 생기면 여전히 그 신사분의 친절을 따라하며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다들 그 순간에 당황해 하지만 싫지 않은 표정을 보는 것은 뭔가 많이 즐거운 일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