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Dec 11. 2023

마음 따숩게 하는 이야기

-  친절,  그 마법스러움에 대하여

2천 년대 초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서울 참 팍팍하다 느낀 것 중  하나는 식당의 테이블 사이즈가 부산에서 보지 못한 작은 크기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부산에서 딸랑 둘이 앉는 2인 테이블을 본 적 없었던 터라 서울에서 첫 대면한 2인 테이블은 참 생소하고 각박했다.  또한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공간도 좁아 오고 가는 움직임도 더 조심스러워야 했다.  그러하니 점심시간에 1인을 받아 줄 때는 합석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원래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나는 합석을 거부하지 않았다.  처음 뵙는 어떤 분 식당 작아빠진 2인 테이블에서 만나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을 어색함을 날려버리기 위해 어여어여 씹어 삼켜야 하는 그 순간에 떠오르는 단어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요즘 아이들은 잘 들어본 적 없는 문구였다.


그런 경험이 다반사였던 어느 날 그날도 합석을 해야 해서  자리 안내를 받고 먼저 앉아 계신 분에게 목례를 하고 착석했다.  그 짧은 순간 내 인생에서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먼저 앉아 계셨던 남자분께서 나를 일행 대하듯 냅킨을 깔고 수저를 놓아주신 것이다. 너~~무 고마운데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몸을 일으켜 좀 전에 상상하지도 못했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나에게 일어난 그 따스운 순간에 대한 최대의 예를 표했다.  그리고 그분의 따뜻한 미소도 후속타로 받고 나도 고마운 마음을 생글거리는 눈웃음으로 돌려드렸다.  그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앞서 묘사한 서울의 식당에서 느낀 각박함이 물리적으로는 존재했겠지만 그날 그 식당에서는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준 작은 몸짓이 그리고 그 몸짓이 전해준 친절의 말이 내가 평소 느끼던 것을 다르게 느끼도록 하는 마법을 부렸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만나는 이들에게 내가 경험한 기분 좋음에 대해 설파하고 다녔고 드디어 나도 그 마법을 부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출장길에 인천공항 식당에서 어떤 남자분이 합석해도 되냐고 하시길래 그러시라고 하고 나도 냅킨을 깔고 수저를 놓아드렸다.  그분은 내가 했던 것보다 더 크게 놀라움을 표하시며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하시며  기분 좋아하셨다.  그분은 한국인이었지만 젊은 날 타국으로 이민 가셨 삼십여 년 만에 모국 문이라 하셨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내가 좋은 기억을 드렸다 싶어 참 잘했네 싶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해서 나도 이전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는 행동을 자제하기도 하지만 식당에서 합석의 기회가 생기면  여전히 그 신사분의  친절을 따라하며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다들 그 순간에 당황해 하지만 싫지 않은 표정을 보는 것은 뭔가 많이 즐거 일이더라.

작가의 이전글 2023년 결산 초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