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해랑 Jan 23. 2024

비 오는 날 용기낸 외출

일주일을 기다린 주말. 이번주말은 비소식이다. 아들은 일찍이 친구집에 놀러 가고 우리 부부는 며칠 전부터 가기로 한 맛집을 가기 위해 일찍 나섰다.

사실 나는 비 오는 날 외출은 정말 싫어한다. 고등학교에 다닐 즈음부터 비 오거나 흐린 날은 유독 쳐지고 힘들고 졸리고 해서 고등학교 때는 비 오는 날 교무실을 가면 선생님이 밖을 한번 보시고는 “ 비 오네. 조퇴해”라고 하실 정도였으니.


지금도 비 오는 날은 공식적으로 외출을 하지 않는 날인데 남편과의 약속도 있고 나도 내내 먹고 싶었던 메뉴라 극복하고 나섰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며 드라이브하는 풍경도 온통 회색빛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같이 노래도 불렀다가 이야기도 하며 가니 1시간의 거리가 금세 도착했다.

내내 먹고 싶었던 것은 “굴 구이”였다. 다행히 멀지 않은 지역에 유명한 곳이 있어서 오픈런을 했다. 무려 10시 오픈인데 첫끼니로 굴구이를 선택!!

막 문을 열었는지 직원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시고 손님은 우리뿐.

조용하니 좋다며 바다가 보이는 주차장에서 한 바퀴 구경을 하고 들어갔다.

앉자마자 미리 봐뒀던 “해물모둠굴구이”를 재빠르게 주문했다.

찜통에 가득한 석화와 가리비조개, 새우, 오징어가 타이머에 맞춰 쪄지고 있었다. ‘현기증 나요. 15분 언제 지나가나요?’

드디어 오픈! 자욱한 연기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휴대폰을 들고 찍고 있으니 남편이 하나를 까서 입에 넣어준다. “ 그래 이 맛이야. 이맛을 계속 상상했다고”

두 장 찍을 거 한 장만 후딱 찍고 장갑 끼고 본격 먹방을 했다.

굴은 바다의 우유고 피부에도 좋은 단백질이야를 계속 외치며 허겁지겁 초장에도 찍고 장아찌랑도 먹고 열심히 저작운동을 하며 삼켰다.

아주 잠시 “ 원이도 같이 왔음 잘 먹었을 텐데.. 담에 또 오지 뭐” 아들 생각을 했지만 더 잘 놀고 있을 아들이기에 쿨하게 패스.

끊임없이 먹다 보니 조금은 질리는 것도 같고 뭔가 부족한데 생각해 보니

“탄. 수. 화. 물” 바로 해물라면 추가 주문.

개운하니 속이 풀리며 기분 좋은 배부름으로 마무리했다.

운전을 하고 가서 술 한잔 못한 게 아쉽지만, 비 오는 소리 들으며 밖의 파도소리도 들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이게 행복이지 싶다.

비가 와서 야외를 더 둘러볼 곳이 마땅찮아서 가는 길에 유명 빵집을 들러 빵도 사고 밀크셰이크까지 제대로 코스를 누리고 집으로 향했다.

비 맞는 것을 싫어해서 다닐 때 오붓이 한 우산 쓰고 이런 낭만은 없이 각각 큰 우산을 쓰고 앞뒤로 걸어 다녔지만 남편과 잘 다녀왔다고 서로 자축하며 아들에게 부럽지~ 라며 사진 한 장 전송했다.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주 보며 웃고 이야기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내 이야기 잘 들어주는 남편, 먹는 거 흐믓해 보는 남편이 내 옆에 있어서 또 주말이 기다려진다. 아참. 이번주는 남편이 해외출장 가는구나. 아들과 놀아야겠다.


* 내돈내산 방문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학생 아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