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오늘 좋은 일이 좀 많았어”
하교하자마자 현관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큰 소리로 외쳐댄다. 사춘기 중학생의 밝은 목소리에 일단 안심부터 하고 좋은 일이란 소리에 웃으며 물어본다.
“ 뭐야? 뭐야?”
“응 좋은 일이 좀 많아서 순서대로 이야기해 줄게”
요약을 해보면
1. 오늘 목요일 6교시를 해서 일찍 마쳤어.
2. 내일이 금요일 주말이란 사실이야.
3. 근데 그 금요일이 7교시에서 5교시로 됐어.
4. 국어 수행평가 시간에 선생님께 칭찬받았어. “원이가 다 하는구나. 잘했어”
5. 체육시간 귀찮아서 빠져있다가 축구하게 됐는데 내가 캐리 해서 3:1로 이겼어
6. 애들이 나를 다시 봤는지 축구랑 핸드볼 경기 있는 거 다 주전으로 하재.
7. 학원 마치고 비 오는데 친구가 우산 없어서 집까지 씌워주고 왔는데 친구 어머니가 고맙다고 기프티콘을 주셨어.
듣고 보니 정말 기분 좋은 일 투성이다. 사실 1,2번은 매주 일어나는 일상임에도 우리의 긍정 사춘기 아들은 매주 늘 목요일이면 행복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정말 기분이 좋을만했다. 선생님께 칭찬도 받고 친구들한테 인정도 받고.
학원 마치고 좀 늦게 온다 싶었더니 우산 없는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왔다니 아주 기특하다. 그걸 또 고마워하고 표현하는 친구도 참 이쁘다.
원이는 “ 난 진짜 뭐 안 바라고 비 맞음 안되니 같이 쓰고 갔다 온 건데..” 이미 입꼬리는 많이 올라가 있다.
“엄마 기분 좋은 일을 했는데 또 기분 좋은 일이 생기니 너무 행복한 거 같아”
한껏 마음을 표현해 준다. 그러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해야 할 공부를 앉아서 열심히 한다. 긍정효과가 스스로 할 일도 하게 해 주네.
채찍보다는 당근이 잘 먹히는 아이인 건 아는데도 부족한 나의 훈육방식으로 채근만 하고 있었는데 다시금 반성을 해본다. 작은 장점이라도 칭찬을 듬뿍해주면 다른 것도 더 신나게 하는 아이인데.
신나게 운동하고 오는 길에 우산 쓰고 비에 젖을까 붕어빵을 가슴품에 안고 들어오는 아들이 오늘 유독 더 멋있다.
“아빠는 팥 좋아하니 3개, 엄마랑 나는 슈크림 좋아하니 4개. 용돈으로 내가 사는 거니 맛있게 먹어.” 니즈파악까지 완벽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붕어빵을 기분 좋게 베어 먹었다.
나의 욕심으로 아이의 해맑음이 다치지 않고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1등 하고 좋은 대학 가는 게 인생의 행복이 다가 아니듯이 매일 하루에 한 가지 이상은 행복할 거리를 찾는 아들의 인생이 정말 행복한 인생이지 싶다.
기분 좋게 잠드는 아이를 보며 나 역시 오늘 하루 행복했노라 나지막이 감사인사를 해본다.
일상의 평범함에
늘 감사하지 않는다면
삶이 늘 불행다하고 느낄 것이다.
- 물빛 @mulbitcal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