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알람을 듣고 일어나서 아이의 아침을 준비한다. “엄마 오늘은 우유랑 빵 주세요” 해서 냉장고 홈바 문을 열고 우유를 꺼내려는데 우유와 각종 물병들 사이에 흰 봉투가 보인다. ‘내가 벌써 치매인가? 봉투를 왜 냉장고에 넣어놨지? ’한 1초의 순간 별의별 생각들이 후루룩 스쳐 지나간다.
우선 아이 등교가 급하니 빼놓고 아침을 챙겨주고는 봉투를 열어보니 봉투 속에는 현금과 편지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 나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남편이 찾기 쉬우라고 굳이 굳이 냉장고 속에 넣어둔 것이었다. 냉장고 속에 편지와 돈이라니 피식 웃음이 지어진다. 그렇다. 난 섬세하고 다정한 남편과 사는 조금은 무디고 덜렁대는 여자이다. 연애 10년 결혼생활 14년 차인데 여전히 다정한 나의 남편은 가끔 아무 날도 아닌 날에 이런 이벤트들을 하곤 한다. 이 봉투가 냉장고 속에 들어오기까지 지난 편지들은 내 가방 속에도 있었고 화장대 서랍 속, 주방의 어느 한켠... 많은 곳을 거쳐왔다.
일상에서 서프라이즈를 하고파 하는 남편의 바람과 달리 가방 속 봉투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내 눈에 띄지 않아 결국 남편이 꺼내주고.. 화장대, 주방 마찬가지로 내손으로 찾아서 놀란적이 사실 몇 번 없다. 숨기고 놀라고 기뻐할 내 모습을 기다리던 남편이 자기 손을 다시 주기를 여러 번 끝에 이번은 냉장고는 보겠지란 마음으로 넣어둔 것이다.
“여보! 나 바로 찾았어. 언제 넣어놨어?”
“ 봤어? 냉장고는 바로 볼 줄 알았지~^^”
” 아무 날도 아닌데 뭐야~~ 고마워. 잘 쓸게 “
“그 돈은 생활비로 절대 쓰지말고 하고픈거 사고픈거 사. ”
좀 더 깜짝 놀라고 전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기뻐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제는 이런 나의 방식을 남편도 이해할 거라 믿는다.
기습 이벤트 덕에 설거지를 하면서도 콧노래가 나오고 누구에게든 자랑하고 싶은 그런 하루가 될 것 같다. 내일 해외로 출장 가는 남편 지갑에 작은 포스트잇을 하나 붙여놓는다.
고맙고 사랑해
말로는 절대 못할 그 단어들을 글자로 적어본다. ‘남편은 언제 발견할까?’ 이런 설렘과 기대감으로 남편도 냉장고에 봉투를 넣었을 생각에 괜히 벌써 어깨가 으쓱해지고 미소 짓게 된다.
이번은 너무 쉽게 찾아서 다음은 또 어디에 숨길지 고민할 남편의 모습이 그려져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디든 어떻게든 다 찾아낼 테니 자주 해줌 좋겠다. 봉투... 아니 아니 편지 말이다.
아름답고 행복한 삶은
그런 삶을 꿈꾸고 믿는 자들에게
선물처럼 허락되는 것이다. -꽃은 누구에게나 핀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