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 끼인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남편과 중2아들은 며칠 전 급 계획한 부자지간 여행을 갔다. 사춘기시절 아빠와의 좀 더 돈독한 추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해봤는데 둘 다 너무 신나 하며 간다.
오롯이 혼자 보내야 하는 하루. 무얼 할까 생각해 보다 굳이 무얼 하지 않아도 내가 좋은 것을 해보자 싶어 일단 준비를 해서 책 한 권 들고 귀에 이어폰 꽂고 나서본다.
날씨는 어쩜 이렇게 눈이 부시고 화창한지 그저 아파트밖을 나왔을 뿐인데 벌써 기분이 좋다. 날리는 바람도 싱그럽고 들리는 음악도 발걸음을 들썩이게 한다.
우선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가본다. 날씨가 좋은 연휴의 첫날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주 한산하다. 책 보기 적당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돌체라테를 주문해 본다.
미리 충전하지 못한 탓에 에어팟 대신 감성돋는 줄이어폰을 꽂고 요즘 꽂힌 책을 펴고 기대앉으니
‘나 좀 멋진 것 같은데?’라는 착각마저 들며 한껏 기분이 올라간다.
인증용으로 필터 가득 입힌 셀카도 찍어보고 피실 피실 웃음도 자꾸 나온다.
그즈음 휴게소에서 대왕소시지를 들고 먹는 아들 사진 한 장이 날아온다.
‘우리 셋다 지금 행복한 시간이구나’
집에서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던 책도 얼마나 잘 읽히는지 모든 구절이 다 주옥같아서 밑줄도 정신없이 쳐본다.
그러다가 들리는 노래가 너무 좋아 막 큰소리로 따라 부르고 싶어 진다.
흠... 책도 거의 다 읽었고 커피도 다 마셨으니 다음은 무얼 하지 생각하다가 앞 건물에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동!전!노!래!방!!
노래 듣는 건 너무 좋아하지만 자신감도 없고 노래를 못 부르기에 노래방은 굳이 즐기기 않아 안 간 지도 몇 년인데 혼자 해볼까?라는 용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누구나 즐기라고 있는 무인 동전 노래방. 내가 못 부르건 뭘 하든 뭐 어때 지금 내가 신나는데! 안 하던 거 해보자. 급히 짐을 싸고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16곡에 천 원. 가격도 너무나 사랑스럽네.
무슨 노래를 해볼까.. 예전에 친구랑 가거나 회식을 가면 내가 잘 부를 수 있는 곡만 골라서 매번 같은 곡을 불렀는데 나 혼자잖아. 일단 시작하자!
“ 볼 빨간 사춘기- 너는 내 세상이었어” 요즘 잘 듣는 곡을 눌러본다.
괜스레 가슴이 콩닥거리고 목을 가다듬고 준비한다.
어라? 듣기는 수십 번 들었는데 도입부를 전혀 못 부르겠다. 맙소사. 후렴만 겨우 부르고 다음곡으로..
이렇게 부르다 끊고 다음곡 한두 소절 부르다 넘기고 그렇게 16분이 흘렀다.
호기롭게 최신곡 해보겠다고 랩도 해보고 아이돌 노래도 해봤다가 완곡한 노래가 없지만 기분이 너무 신난다.
옆방에 들리는 남자분의 엠씨 더맥스- 잠시만 안녕을 아주 숨 넘어가게 부르는 소리도 정겹다.
이렇게 난 안 하던 짓을 해보고는 대단한 것을 해낸 사람처럼 의기양양하게 우쭐해져서는 나선다. 꽤 기분 좋은 경험이다.
자주 해봐야겠다. 안 하던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