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야구의 시작은 아빠도 아닌 엄마였다. 엄마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와 야구장을 다닌 이후로 야구를 좋아하셨다고 했다. 제일 재미있는 황금시간대의 드라마 대신 야구 채널이 틀어져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야구를 접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 언니 따라 난생처음 간 야구장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딱 올라선 순간 뻥 뚫린 초록의 잔디가 너무나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거였다. 그 드넓은 구장만으로도 야구를 좋아할 이유가 충분했다. 고등학교 때 야자 빼먹고 보러 가고 주말은 더블헤더 경기까지 종일 야구장에 있었다. 그 시절이 98년 황금기였던것 같다.
그랬던 소녀가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야구는 점점 잊혀갔다.
아는 선수가 없으니 보는 게 재미가 없어졌고, 이미 야구장에서의 신나는 응원의 맛도 알아버렸는데 집에서 중계만으로는 성에 차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을 야구를 잊고 지냈다.
때는 2017년 10월. 친구가 자기 아들들이 야구장을 너무 가고 싶어 하는데 가게를 도저히 닫을 수 없으니 좀 데리고 가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해왔다. 추석전날이었고 따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나는 할 일도 없는데 그러겠다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가족 모두 십여 년 만에 야구장으로 향했다. 그날은 이승엽선수의 은퇴경기였던 것은 현장에 가서야 알았다.
오랜만의 야구장 나들이인데 그게 이승엽선수의 은퇴경기라니 감격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화끈한 홈런쇼에 은퇴식 또한 여느 공연 못지않게 화려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다 또 잊혀갔고 우리 엄마는 야구시즌이면 어느 때보다도 여전히 생기가 있으셨다. 퇴근을 재촉할 정도이니 얼마나 야구를 사랑하시는지 알법하다.
그러다가 요즘 나의 야구 DNA가 살아나는 기분이다.
‘최강야구’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재미있어졌다. 어린 고등학생 친구들도 너무 기특해 보이고 임 은퇴한 선수들의 열정도 새롭고 그걸 보는 나도 신이 난다. 야구보다는 축구를 좋아하는 남편과 아들이지만 같이 보며 이야기도 나눈다.
“9회 말 2 아웃부터 시작”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야구는 한 편의 인생과도 같아서 늘 에이스였던 선수가 실수해서 크게 못할 수도 있고, 대타로 우연한 기회를 얻은 선수가 역전 홈런을 날릴 수도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을 보여준 야구!
재미로만 신나게 봤던 야구를 이제는 나이가 좀 들었다고 인생을 녹여서 생각하게 된다.
야구가 하고 싶다는 니퍼트 선수의 눈물에 같이 울게도 되고 극 T형 인간이 공감을 배우게도 되는 야구.
승리를 떠나 한 분야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이왕이면 꽃길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