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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Jun 13. 2024

100억 준다면 받을 건가요?


"제가 당신에게 100억을 준다고 한다면 받을 건가요?"

"네, 그럼요!"

"그런데 만일 100억을 받는 대신 내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한다면요? 그래도 받을 건가요?"

"아니요!"

"바로 그거예요. 그게 뭐를 의미하냐면요. 내일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100억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일어날 때 웃는 얼굴로 일어나세요.

매일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거죠.

당신은 100억보다 더 가치 있다고요."


 인스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의 대화 내용이다.

어찌 보면 아주 단편적인 오류가 있는 질문이지만 ‘에이 뭐야’ 하고 넘기기엔 한 번쯤은 생각을 곱씹어볼 만하다 싶다.

100억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매일 아침 똑같이 눈뜨는 아침이 어쩌면 매일 선물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똑같이 주어진 하루라는 그날도 어디선가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아플 수도 있고 각종 근심걱정으로 눈뜨는 게 싫을 때도 있을 것이고 똑같지만 같지 않은 그 하루를 나는 어떻게 시작을 했었던가 싶다.


저 영상을 어제 보고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뜨자마자 저 내용이 생각이 나면서 나도 웃으며 눈을 떴다.

오늘따라 잠을 깨우던 새소리가 너무 예쁜 소리로 들리고 기지개 한 번에 몸이 개운해진다.

늘 알아서 일어나야 할 시간에 스스로 깨서 걸어 나오는 아들이 새삼 너무 이쁘고, 나 잠 깰까 봐 아주 조용히 준비하고 회사로 출근한 남편의 잘 잤냐는 문자에도 행복하다. ‘ 그래 인생의 행복이 100억 있다고 이런 기분 느끼겠어? 오늘이 이렇게 행복한데 그 돈 없어도 돼. “

절로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돈이 많으면 분명 편리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없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아빠의 사업이 안 좋아서 집에 계시던 엄마도 일을 하러 나가시고 형편이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점심때 도시락을 먹으려고 꺼내는데 엄마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 우리 작은딸! 가난은 불행하고 죄가 아니야. 단지 불편할 뿐이란다. 늘 스스로 잘해줘서
고마워 -엄마-”

집이 어려워졌다고 내가 힘든 건 없었다. 부모님이 힘드실지언정 부족함 없이 해주셨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화목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엄마가 문득 미안하셨던 걸까. 그 쪽지의 글씨체, 종이재질마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맞아 돈 없다고 불행하고 인생이 잘못되는 건 아니야. 불편할 순 있지만 마음의 문제니까 괜찮아.’

막연히 그 글자 그대로를 굳게 믿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내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건 어쩌면 가족 간의 사랑이 든든했기 때문인 것 같다.


선물 같은 하루를 받은 오늘 최선을 다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내는 것도 나의 또 다른 즐거운 일이라 생각하며 감사히 누려야겠다. 근데 대프리카답게 오늘 너무 덥네. 땀은 폭포수처럼 흐르지만 이 또한 하루의 선물 아니겠냐며 웃어본다.

인스타:물빛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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