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차게 내 취향을 찾아보겠다고 연재를 시작했다. 주제와 맞지 않아도 기록하고픈 것, 쓰고 싶을 것을 쓰다 보면 내가 재미를 느끼는 건 어떤 건지 “ 나 이거 좋아요!! 이게 취향이에요!!”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부담을 내려놓고 시작을 했는데 역시나 취향을 찾아야 한다는 그 목적이 또다시 부담으로 다가오고 기록하고픈 일들은 있지만 취향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에 쓰기마저 주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 취향.. 꼭 찾아야 하나? 내세울 취향이 꼭 있어야 할까? 그런 게 없다고 내가 행복하지 않은 걸까?’
이런 근본적 의문이 계속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거창한 거 집어치우고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우리 집이란 공간을 참 좋아하고,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파란 것도 좋고, 우리 아들의 개그가 제일 재미있고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우연히 들리는 좋은 노래에 그날 기분이 좋아지고, 어설프게 레시피를 따라한 요리가 생각지 않게 맛있을 때는 혼자 박수도 친다.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다. 스치는 찰나에 내 기분이 좋아지면 그게 좋은 사람.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는 지극히 나만 아는 취향들이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향인 사람으로 사는 게 꽤 좋다.
잘 산다는 게 대체 뭘까? 그건 그냥 내가 오늘 하루를 마음에 들어 하는 그런 일이 아닐까? 우리는 어떤 즐거움을 찾아다녀야 할까? 크든 작든 내가 느낀 즐거움들에 이미 그 답이 나와 있는 게 아닐까? 언제 즐거운지, 언제 웃었는지 기억하고 산다면 그걸로 충분한 인생일지 모른다.
- 김신지 <평일도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