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해랑 Jul 16. 2024

청춘은 바로 지금!

보기 좋게 그을린 아들의 얼굴이 보기가 좋다.

치열한 기말고사를 끝내놓고 시험기간 이상으로 온 마음을 다해 빠져 있는 무언가가 있다.

“축구“

10대의 남자아이들이라면 환장하는 그 축구를 학교에서 스마일체육대회라는 이름으로 각반별 승부를 겨루고 있다.

나의 아들 원이는 어릴 때부터 아빠의 영향으로 축구를 참 좋아하는 아이였다. 주말이면 항상 아빠랑 공을 들고 축구를 차러 다니고 학원도 꽤 다녔다.

유럽리그 선수들부터 관련 책도 제법 전문가 수준으로 보고 분석한다. 그런 아이에게 축구 경기라니 환장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첫 게임을 하고는 상심이 컸다.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가 반에 없다는 것이다. 축구부도 한 명도 없고 체구도 크지 않은 애들이라 피지컬도 불리하다고 이런저런 걱정을 늘어놓으면서 그냥 재미나게만 해야겠다 이랬었다.

그랬던 반이 매일 경기를 하면서 12반 중에서 무려 4강까지 진출하게 되었단다.

수업 마치고 바로 전화가 와서는 붕붕 뜬 목소리로

” 엄마 우리 4강 진출이야!! 또 내 수비가 기가 막혔지. 내 수비라인 밑으로 공을 한 번도 흘려보내지 않았어. 내가 MVP야 “

연신 축하해를 말해주고는 MVP는 누가 뽑냐고 하니

” 내가 그냥 생각한 거야.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만족스럽게 경기를 했거든!! 애들도 나 덕분이라고 많이 칭찬했어. “

그렇다 우리 원이는 본인을 아주 사랑하는 아이다.

그렇지만 본인이 만족스럽게 했다니 그 또한 기쁘다.


우리 집은 학교 바로 앞에 있어서 베란다문을 열면 운동장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며칠 동안 아이들의 함성이 어찌나 큰지 매번 내다보게 되었다.

관심 없이 대충 경기한다던 여자아이들도 승부를 거듭하다 보니 제대로 욕심내서 땡볕에서 열심히 뛴다.

각자의 반을 어찌나 목청껏 응원을 하는지 동네에 월드컵이라도 열리는 줄 알았다.

대구의 한낮은 35도를 육박하는 뜨거운 불지옥인데 그 한낮의 시간에 중학생 아이들이 진심을 다해 뛰어다닌다.

비가 와도 아이들이 하자고 한다고 하니 얼마나 진심인지.

덕분에 나름 뽀얗던 아들의 팔과 얼굴은 구릿빛으로 아주 보기 좋게 그을렸지만 매일 학교 가는 아침을 기대하는 아들의 모습에 웃음이 지어진다.

학교 체육선생님이 에너지 발산차원에서 추진하시는 사업이라 하시던데 아주 감사하다.


드디어 오늘 준결승전인데 마치고 전화가 온다.

내심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다 했지만 그 또한 좋은 경험일 테니 태연히 마쳤냐 물으니

” 엄마 우리 결승진출이야!! 축구부 한 명도 없는데 우리가 승부차기로 진출해!!!! “

들뜬 목소리에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 어머 너무 축하해. 너희반 진짜 멋지다. 역시 스타플레이어 있다고 다 잘하는 거 아니고 경기 알 수 없는 거야. 진짜 축하해~~“

우와 정말 월드컵 결승진출보다 더 기뻤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도 벗지 않고 영웅담을 늘어놓는다

출처: 네이버 이미지

승부차기의 기술부터 전략을 잘 세웠는데 그게 맞아 들어갔다고 담임선생님이 우리 반은 내일 새로운 역사가 기록될 거라고 했단다.

얼굴을 보니 땀으로 범벅이 되어 땀줄기 얼룩이 군데군데지만 한껏 어깨들 으쓱해서 이야기하는 아들의 얼굴이 정말 멋져 보였다.

축구가 너무 재미있다며 축구 관련 진로를 생각해 보겠단다.

” 잘 알아보고 생각해 봐. 뭐든 하고 싶다고 생각 들면 나아가봐. 응원할게 “라고 쿨하게는 말을 했다.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게 정말 10대의 15살의 모습이지 정말 청춘이구나 싶다.


문득의 나의 15살을 생각해 본다. 나는 반짝이며 무언가에 저만큼 몰두한 건 없는 것 같다. 학원, 학교를 오갔던 기억밖에...

청춘 :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


나의 반짝이는 청춘은 기억나지 않으니 아직 오지 않을 걸로 하겠다. 지금부터 펼쳐질 나의 반짝이는 청춘을 기대하며 설레게 맞이하고 싶다.

갑자기 생각나는 건배사.

청:춘은

바:로

지:금

청바지!! 회식 때는 따라 하기 싫었던 구호인데 엄청 잘 지은 구호인 것 같다.

아들의 반짝이는 15살의 오늘을 응원해 본다.


이전 07화 100억 준다면 받을 건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