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늘 그렇듯 아들을 보내고 혼자 아침을 먹고, 집정리를 좀 하다가 골프연습을 하러 나간다.
나간 김에 마트 들러 장도 좀 보고 들어와서는 점심 먹고 티브이도 봤다가 인터넷 강의도 들었다가 책도 읽어본다. 그리고 학교 마치고 온 아들을 잠시 간식 주고 다시 학원가는 길을 배웅한다.
9시는 되어야 마치는 요일이라 계속혼자다.
이번주는 남편도 일주일 해외출장을 가서 더더욱 집이 고요하다.
혼자도 잘 노는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심심하고 적적하다.
8시 50분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 학원 마쳤지? 보고 싶으니까 조심히 빨리 와”
5분 후 전화가 온다.
“ 이제 마쳤어. 근데 나 없으면 더 신나는 거 아냐? 왜 빨리 오라 해?”
“ 아냐 오늘은 너무너무 심심해. 빨리 와주면 좋겠어. “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려본다. 정말 마치자마자 바로 왔는지 이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달려 나간다.
보고 싶다고 빨리오라는 엄마 말이 내심 좋았는지 씩 웃으며 무언가를 내민다.
‘감동란’ 이름만큼이나 감동이다. 내가 좋아하는 편의점 간식이다.
“ 너무 감동이야. 네가 일찍 와준 것만 해도 엄마는 너무 좋은데 엄마 좋아하는 거 기억하고 사 왔네. 고마워”
“ 지난번 훈제란 사 왔더니 감동란 더 좋다고 했잖아. 생각나서 사 왔어. 맛있게 먹어”
이토록 달콤한 중2아들이라니.
좋아서 졸졸 따라다니니
“ 그렇게 내가 좋아? 빨리 씻고 나올게” 이런다.
혼자 집에 노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지만 너무 혼자 오래인 건 또 싫은 애매한 나.
우리 가족이랑 노는 게 제일로 재미있는 가족이 취향인 사람인가 보다.
제목사진: 인스타 감성열차